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외식사업을 하는 프랜차이즈 회사에는 '수퍼바이저(SV)'라는 직무가 있죠. 가맹점과 본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전반적인 가맹점 관리도 이들이 합니다. 그런데 수퍼바이저들의 평균 근속 기간은 2~3년 가량 밖에 되지 않습니다. '워라밸' 없는 격무 탓인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부와 소통해야하는 가맹점주들도 여러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퍼바이저와 가맹점주 모두를 살리기 위해 뛰어든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조강훈 외식인 대표를 만났습니다.
'푸라닭, 죠스떡볶이, 본죽, 커피빈….'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외식업계에선 이미 테이블매니저 같은 매장·예약 관리 솔루션이 점주들에게 '필수템'이 됐다. 다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은 손님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본사와의 소통이라는 또 다른 번거로움을 가지고 있다.
조강훈 외식인 대표는 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이 지점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고 봤다.
프랜차이즈도 DX... 수퍼바이저-가맹점주 살리는 법한경 긱스(Geeks)와 만난 조 대표(사진)는 "100조원이 넘는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매년 2조원 넘는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 건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장사가 잘 돼야 하는 가맹점주를 위해서도, 업무에 치여 사는 본사 수퍼바이저를 위해서도 이 생태계를 관리할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2017년 창업한 외식인은 프랜차이즈 가맹관리 플랫폼 'FC다움'을 운영하는 회사다. B2B SaaS 방식인 이 서비스는 가맹점주와 프랜차이즈 본사 수퍼바이저가 주요 타깃이다. FC다움 앱 안에서 가맹점주는 본사 수퍼바이저와 소통할 수 있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맹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푸라닭, 죠스떡볶이, 본죽 등 450여 개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격무에 시달리는 수퍼바이저들의 삶을 설명해볼게요.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쌓인 수십 개의 '카톡'이 이들을 반겨줍니다. 한 명의 수퍼바이저가 관리하는 가맹점이 많게는 50개인데 '포장 용기가 부족해요' '천장에서 물이 새요' 등 수많은 연락이 시도 때도 없이 올 수밖에 없죠. 출근 뒤 그날 관리할 매장들을 둘러보는데, 하루에 가야 할 매장이 5~6곳이에요. 근무 시간의 3분의1은 이동하느라 다 쓰게 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가맹점 매장들을 둘러본 뒤에는 본사로 복귀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죠. 그런데 여러 개의 매장을 관리하다 보니, 한 번에 몰아서 쓰는 보고서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소감문 형태에 그치게 됩니다. 퇴근 뒤엔 다시 점주들의 전화와 카톡 세례가 반복됩니다. 녹초가 되죠.
그런데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당 수퍼바이저는 언제나 바쁘고, 본사 요청사항은 반영되기까지 하세월이 걸리죠. 양쪽을 잇는 제대로 된 '툴'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조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비효율적이던 수퍼바이저의 보고서 작성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앱 안에서 정리된 체크리스트를 채워 넣어 간편하게 매장 점검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는 본사뿐 아니라 가맹점주들도 앱 내부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카톡 지옥'에서 양쪽을 모두 해방시켜주기 위해 소통 툴도 만들었다. 이제 점주들은 본사의 물류팀·인테리어팀·메뉴개발팀 등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그는 "프랜차이즈업계에도 디지털 전환(DX)을 도입한 것"이라며 "DX의 의의는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을 최소화하고 아낀 인력·비용·시간을 보다 더 가치 있는 곳에 쓰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망해가던 술집 살린 뒤 스타트업 뛰어들어조 대표가 비어 있는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식업계에 몸담게 되면서다. 대기업 임원이던 그의 아버지는 퇴직 후 동네 술집을 인수했다. 소위 '권리금 장사'가 유행할 때였는데, 사실상 사기를 당해 술집이 망할 위기에 처했다.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취사병 출신이던 조 대표가 울며 겨자먹기로 술집 경영을 맡게 됐다.
자칭 '트리플 A형'이라던 그는 요리는 할 줄 알았지만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엔 영 재능이 없었다. 오죽하면 그가 가장 부러워하던 부류가 속칭 '나이트클럽 삐끼(호객꾼)'였다. 적어도 부끄러움없이 큰 목소리로 손님을 불러들일 수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가 이끌던 술집은 월 400만원씩 적자가 났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내가 못나서'였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외식 관련 책을 닥치는대로 집어들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500권의 책을 읽었다. 조 대표는 "성공 스토리를 읽으면서 장사의 묘미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손님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일 메뉴도 바꾸고 전단지도 돌려가며 적극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하루는 손님 한 분이 불평을 하셨어요. 테이블 구석에 호출벨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의식적으로 팔꿈치로 벨을 누르게 된다는 거예요. 그날 잠도 안 자고 고민하다가 호출벨의 위치를 딱 한 뼘 정도만 위로 올렸어요. 그랬더니 그 손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후 단골이 되셨는데, 그 분이 10년 간 우리 술집에서 아마 1억원어치는 팔아주셨을 거예요(웃음)"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이 철학과 함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달 1000만원 이상 순이익을 올렸고, 지점도 냈다. 이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한 지점을 인수해 가맹점주가 되기도 했다. 운영하는 사업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관리'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퍼바이저 같은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술집 본점 경영자 입장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 가맹점주들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해주기 벅찼다. 또 커피전문점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까지 본사에 발주를 넣지만 처리 속도가 느려 답답할 노릇이었다. 양쪽에 서 보니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인 게 보였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결국 장사가 잘 돼야 돈을 버는 분야니까, DX에 대한 수요가 별로 없었어요. 그리고 가맹점들은 대개 영세한 규모가 많잖아요. 사실 포스(POS)기 안에도 재고 관리 시스템 같은 기능이 들어있는데, 쓰는 점주들은 거의 없습니다. 일일이 입력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죠. 이런 업계 특성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카카오도 '찜'... 시리즈A 진행 중그렇게 회사를 창업한 게 2017년, FC다움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건 이듬해인 2018년이었다. 지금은 450여 개 고객사, 4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쓰이는 솔루션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금도 유치했다. 최근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인데, 3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조 대표는 보고 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뒤면 완전히 비대면으로도 매장 관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테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센서 기반으로 점주들이 자율적인 점검을 하고, 데이터가 본사로 전송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수퍼바이저는 번거로운 현장 점검 과정을 줄이고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점을 '코칭'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회사는 매년 자체적으로 'FC다움 어워즈'라는 일종의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자리다. 눈여겨 볼 점은 수퍼바이저에게도 상이 수여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수퍼바이저들은 불철주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랜차이즈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업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