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07일 11: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션 크리티컬(고위험·고신뢰) 소프트웨어 시장은 각 국가의 인프라 산업과 관련돼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독자 기술개발 역량으로 충분히 넘어설 수 있습니다."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며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될수록 글로벌 스탠다드(국제 기준)에 맞는 소프트웨어 신뢰도와 안전성 검증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2002년 설립된 국내 유일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전문기업이다. 오류가 나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하는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가 핵심 사업이다. 항공, 자동차, 원전, 철도, 방산, 우주항공 등이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가 적용되는 영역이다.
슈어소프트테크는 NH22호스팩과 합병해 오는 4월 28일 코스닥 상장할 예정이다. 예상 기업가치는 약 2800억원으로 국내 역대 스팩합병 기업 중 최대어다.
자율주행과 자동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점차 소프트웨어 적용 영역이 확장되는 점이 슈어소프트테크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슈어소프트테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18.4%를 달성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매출은 434억원, 영업이익은 97억원이다.
배 대표는 1990년대 말 KAIST에서 국산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검증을 공부하며 이 분야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례조차 드물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검증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라며 “미션 크리티컬 소프트웨어는 선진국에 속한 기업이 주로 뛰어드는 영역이지만 국내에도 꼭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엔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며 자금에 숨통을 틔웠다. 전환점을 마련한 건 2010년부터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전자제어장치를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다.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검증을 맡을 파트너사를 물색하던 현대차는 슈어소프트테크를 낙점했다. 이후 현대차는 두 차례에 걸쳐 지분투자를 실시해 현재 슈어소프트테크 지분 15.6%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슈어소프트테크는 2014년 미국과 2017년 중국에 각각 법인을 설립해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검증 시장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해외에서 경쟁력을 다져야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매출의 약 1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배 대표는 “각 국가의 진입장벽을 우회하기 위해서는 진출하려는 국가의 전문인력을 확보해 진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상황인 만큼 미국 진출은 필수적이며 중국은 아직 소프트웨어 검증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확장성 측면에서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과 비교해 다양한 슈어소프트테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확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이제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달하는 후발 국가들에겐 일종의 멘토 역할을 제공하며 해외 진출을 꾀하겠단 전략이다.
배 대표는 “해외 경쟁사는 검증 사업을 시작한 역사가 길지만 한 분야에 특화된 경우가 대다수”라며 “우린 국내에서 자동차뿐 아니라 원자력, 항공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코드 설계부터 시스템 시험까지 모든 검증 단계를 해본 경험이 있어 후발 국가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필수적인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미지 제고를 이번 상장의 핵심 목표로 꼽았다. 더 많은 공모자금을 기대할 수 있는 일반 상장보다 안정적으로 신속하게 증시 입성을 꾀할 수 있는 스팩합병 방식을 선택한 이유다. 슈어소프트웨어는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 검증 실무 전문교육을 실시하며 연간 500명 이상의 수강생을 배출하며 우수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슈어소프트테크는 오는 4월 28일 코스닥 시장에서 매매 거래를 시작한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