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자장사 욕하기 전에, 규제부터 풀어야"

입력 2023-04-07 10:09
수정 2023-04-07 10:12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아온 은행권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탓에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20개 국내 은행장들은 전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은행권의 과점 체제 해소 등을 위해 운영 중인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와 관련한 은행권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은행권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이자이익 의존도 축소는 물론 타 업권과의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도 규제 완화과 필효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은행들의 투자일임업 허용이다.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운용하는 일임업은 은행권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다.

현재 일임업을 할 수 있는 곳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으로 금융투자업에 한정돼 있다. 은행의 경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만 투자일임업이 허용된 상태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WM)담당임원은 "방카슈랑스나 펀드는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돼 안정성이 없다"며 "판매 수수료를 늘리려다가 불완전판매가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자본비율 규제 등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올해 2~3분기 중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신용팽창기에 자본을 최대 2.5% 추가 적립하고,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자본 적립 의무를 완화하는 것으로 건전성 관리 규제를 강화할수록 배당확대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율(시중은행 40%, 지방은행 60%)에 대한 개선을 건의했다. 지역 공공기관 금고 선정 때 해당 지방은행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유예기간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의무 탓에 예대금리차가 시중은행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만큼 예대금리차 공시 항목을 세분화해달라는 건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이자장사 논란 이후 관련 제도 개선 논의가 신규 은행업 면허 발급 검토 등 새 사업자 도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은행들이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