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곧 돌아가실 70대를 먹여 살리는 데 헛돈을 쓴다'는 취지로 주장한 데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비판하자 6일 사과했다.
정의당 당원인 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려 "문제의 발언을 이런 맥락에서 떼어놓고 봤을 때 매우 과격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라면서 자신의 발언이 나오게 된 전체 맥락을 설명하고 나섰다. 제한된 토론 시간 내에 주장을 압축하다 보니 문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오해가 발생했다는 게 진 교수의 입장이다.
진 교수는 "문제의 발언은 '농촌은 70대 노인과 외국인 노동자들로 유지가 되는 데에 다른 작목으로의 전환이 쉽겠냐'는 발언을 반박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발언의 취지는 민주당에서 '식량안보'를 얘기하는데 70대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결합으로 행해지는 농업이 과연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진 교수는 "이미 현행법으로도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폭락할 때 정부에서는 쌀을 수매할 수 있고, 실제로 윤석열 정권도 그렇게 한 것으로 알지만, 이것을 법적 의무로 바꾸는 것은 시장에 그릇된 시그널을 주어 과잉생산의 상태를 해소하는 데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쌀의 소비량은 앞으로도 줄어들 테니 경작면적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외려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고, 국민의 혈세로 쌀을 사들여 그저 썩히는 게 얼마나 합리적인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언젠가 저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맥락에서 떨어져 인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고, 남에게 적용한 원칙은 자신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비록 정치인은 아니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저 자신에게도 이 원칙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미 대표님의 비판에 공감하며, 제 발언에 상처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 아울러 앞으로는 이런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깊이 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 교수는 지난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농촌인구가) 70세 된 분들인데 얼마 있으면 돌아가신다. 그다음에 그게 유지가 되겠냐"며 "젊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끔 전환하는 데 돈을 써야지 언제까지 외국인 노동자와 70세 노인분들 먹여 살리는 데 돈을 헛써야 되냐"고 반문했다. 이 법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떨어질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진 교수가 정의당 당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사적인 영역에서 당의 정책에 대해 이견을 표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지금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농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언행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 교수의 발언은 쌀농사로 생계를 잇고 있는 농민,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폄훼로 들린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