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이어 경북 울진의 한울원전과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내에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추진된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난항을 겪는 데 따른 고육책으로, 포화하고 있는 기존 저장시설과 고준위 방폐장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6일 올해 두 번째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설계와 인허가, 건설에는 약 7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 한빛·한울 원전에 건식저장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한수원은 지난 2월 올해 첫 이사회를 개최해 고리원전 부지 내 지상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짓는 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한수원은 이번 건식저장시설에 대해 “정부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대로 저장시설이 건설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용량 또한 원전 운영에 필요한 최소 저장용량으로 건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보관시설이 아니라는 얘기다. 원전 인근 주민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예정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건식저장시설이 영구 방폐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건식저장시설 건설은 영구 고준위 방폐장을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가동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6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아직 후보지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후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원전 내부 수조(습식저장시설)에 담겨 있는데, 저장용량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한수원은 임시방편으로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