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인 초미세먼지(PM2.5)가 폐암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M2.5에 노출되면 폐암 특이 유전자 돌연변이 증식이 촉진돼 폐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찰스 스완턴 박사팀은 PM2.5 노출과 비소세포폐암 위험인자로 알려진 EGFR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폐암 발생 빈도 사이의 관계를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한국, 대만, 캐나다에서 PM2.5에 노출되는 것이 EGFR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3만2957명의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PM2.5 농도와 노출이 증가할수록 EGFR 돌연변이 폐암의 발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해에 대한 노출 증가와 폐암 발생 증가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오염 물질 노출이 어떻게 암 형성을 촉진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 2.5㎛ 이하 크기의 초미세먼지인 PM2.5는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폐암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지만, 작동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PM2.5가 건강한 폐 조직에 이미 존재하는 발암성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에 작용해 폐암 발생을 촉진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PM2.5 노출과 EGFR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자의 폐암 발생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캐나다 폐암 환자 228명으로 구성된 동일 집단(코호트)을 관찰한 결과 3년간 PM2.5에 많이 노출된 집단의 경우 73%가 EGFR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한 폐암에 걸렸지만 PM2.5 노출이 적은 집단에서는 발병률이 40%로 나타났다.
반면, PM2.5에 20년간 많이 노출된 집단과 적게 노출된 집단의 폐암 발병률은 각각 50%와 38%로 3년간 노출 때보다 훨씬 차이가 작았다.
연구팀은 "이는 3년간의 높은 PM2.5 노출만으로도 EGFR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한 폐암을 일으킬 만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대기 오염으로 인한 암 발생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조사하기 위해 생쥐모델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PM2.5가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를 폐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고 염증 유발 신호 분자인 인터류킨-1β의 방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작용은 EGFR 돌연변이 유전자 암 모델에서 염증을 악화시키고 종양 진행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PM2.5에 노출되는 동안 인터류킨-1β를 차단하면 EGFR에 의한 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종합하면 PM2.5가 종양 촉진제로 작용해 세포 내 암 돌연변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연구가 암 예방에 기여할 뿐 아니라 대기질 관리를 공중보건 우선순위로 정하는 데 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