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가 늘어나고, 각종 인허가와 제재 등에 속도가 붙을 예정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감독 디지털 전환 로드맵 수립’을 위한 컨설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달 말 컨설팅 회사 선발을 완료하고 오는 11월까지 관련 로드맵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금감원은 이를 기반으로 금융사에 대한 감독, 검사, 조사 등 금융감독 업무 프로세스를 전반적으로 재설계할 예정이다. 이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감원 시스템에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다각도로 활용해 금융감독 업무에 섭테크(SupTech)를 적극 구현할 계획이다. 섭테크란 감독(Supervis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감독기관의 감독·검사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부터 섭테크를 활용한 사모펀드 약관 심사, 보험 불완전판매 검증, 대부업 감시 등에 활용해왔다.
금감원의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되면 섭테크를 통한 금융사 상시 감독·검사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섭테크를 활용하면 금융사에 대한 감독이나 검사, 조사 등 각종 금융감독 업무가 확대되고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한 디지털전환TF팀 구성을 마쳤고, 해당 팀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금융감독 등 세부 추진 과제에 대한 타당성과 우선순위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평가를 마치는 대로 단기 중점 추진 사항과 중장기 추진 방향 등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최종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최근 정보시스템 고도화 및 정보화 전략 계획(ISP) 수립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각종 제반사항에 대한 설계와 구축을 마치고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 적용한다. 당장 14년이 경과해 성능과 확장성이 저하된 금융위 정보시스템 전면 재구축에 나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정부 국정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 디지털 기반의 혁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시스템 재구축으로 신기술을 도입해 서비스 성능을 개선하겠다”며 “또 변화하는 사이버 공격에 대응 가능한 최신 정보보안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우선 금융회사 인허가 및 등록신고 전 과정을 디지털화한다. 금융회사 인허가 등은 지금까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에 인허가 처리 시간이 비교적 길고, 처리 정보 역시 축적되지 않아 사후 참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 인허가 등을 하나의 사이트에서 최소한의 정보 입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와 증권선물위원회가 주요 금융정책과 금융회사 제재 등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제재 안건의 경우 최종 의결까지 다수의 검토자가 사전 정보를 개별적으로 전달받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보의 일관성도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금융위는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금융사 제재 의사결정까지의 시간이 대폭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형민 기자 mhm9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