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 자동차부품, 신발 등 부산의 전통 제조업에 속한 17개 중견기업이 2차전지와 그린에너지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7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공동 투자 및 법인 설립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16년부터 구축한 제조업 간 네트워크가 신산업 진출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5일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에 따르면 지역 중견기업 17곳이 참여한 700억원 규모의 두 번째 ‘오픈이노베이션펀드’가 최근 결성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200억원), 산업은행(150억원), 지역 17개 중견기업(350억원)이 참여했다.
투자에 나선 중견기업은 선보유니텍(조선기자재), 오토닉스(기계부품), 유니테크노(자동차부품), 조광페인트(도료), 와이씨텍(신발), 유벡(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군에 속해 있다.
최영찬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 대표(사진)는 “기술의 흐름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것에서 탄소 배출 자체를 막는 쪽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5년 넘게 지역 중견기업과 네트워크를 쌓아 조인트벤처와 법인 설립, 공동 투자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지역 중견기업인 선보공업의 2세 경영인이다. 선보공업 자회사인 선보엔젤파트너스를 2016년 설립한 뒤 이듬해 중견기업 2세 경영인을 모아 벤처캐피털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를 세웠다.
부산에 본사를 둔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는 현재 17개 중견기업이 펀드 출자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두 회사는 11개 펀드, 총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그동안 운용했다. 5개의 컴퍼니 빌딩, 12개의 조인트벤처 프로젝트, 20개 이상의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선보유니텍, 와이씨텍, 유벡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카본밸류가 꼽힌다. 카본밸류는 이산화탄소 포집장치(CCSU)를 개발해 현재 SK에코플랜트와 공동으로 육상 플랜트 적용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카본밸류의 최종 목표는 선박과 연료전지(분산형 탄소배출원) 등에도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소형화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투자로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거미줄처럼 얽힌 공급망을 형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2차전지 소재 개발에 진출한 조광페인트는 2차전지 방열소재 및 배터리 기업과 협업 중이고, 선보공업 네트워크에 속한 양극재 및 음극재 기업이 소재를 공급한다. 폐배터리의 탄산리튬을 재활용하는 기업도 참여해 전기버스 운송업체의 화학소재 저장 인프라 사업 진출까지 돕는 형태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