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서울 핵심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내년 4월 26일까지로 1년 연장됐다.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는 데다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2.0’ 추진 등 개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기보다 유지하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재산권 침해,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목동·압구정 등 1년 더 규제
서울시는 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성동구 성수동1·2가 전략정비구역(1∼4구역),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총 4곳(4.58㎢)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6일까지였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내년 4월 26일로 1년 연장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부동산 과열과 투기를 방지하고 건전한 토지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주택 취득 후 2년 동안 실거주 의무가 있어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풀어주기에는 부동산 시장에 불안 요인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자칫 집값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난달 27일 기준)은 한 주 전보다 0.13% 떨어지며 그 전주(-0.15%)에 비해 낙폭이 줄었다. 강동구 아파트 가격은 42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과 경기 아파트 가격은 7주째 하락 폭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특히 목동 등은 재건축 등 개발 이슈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가 맞물려 상승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5단지’ 전용면적 122㎡는 지난달 28일 24억1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가(22억원)보다 2억1000만원 오른 신고가다. 같은 날 ‘목동신시가지6단지’ 전용 47㎡도 12억1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 1월 11억2000만원까지 가격이 하락한 후 반등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5단지는 1월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이 확정됐고, 6단지도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하반기께 개발계획 윤곽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제도인데 해당 구역에서 재건축 관련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시가 한강 르네상스 2.0 등 개발 이슈를 발표해 규제를 풀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평가했다. ○“내 집 왜 마음대로 못 파나” 반발도압구정동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되면서 오는 6월 기간이 끝나는 서울 내 다른 지역도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총 네 곳(14.4㎢)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6월 22일까지다.
서울시는 ‘시장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자치구 주민 사이에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강남구 양천구 송파구 등은 재산권 침해 우려와 지나친 규제라는 점을 이유로 서울시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건의했다. 용산구 한남동, 서초구 반포동 등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외지인 자본 유입과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앞서 신년 간담회에서 “안정적 하향 추세를 유지·관리해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가격 정도로 회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