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캡 PE 딜소싱- 2편 딜소싱의 자질 [PEF썰전]

입력 2023-04-05 22:39
수정 2023-05-10 13:33
이 기사는 04월 05일 22: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 직원들이나 주위에 딜소싱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것 물어보면 그 주제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 “술 잘마시고 골프 잘치는 사람”,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 “집안 배경이 좋은 사람”, 또는 “언변이 좋은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딜소싱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시작해야할까를 물어보면 “이제부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다녀야겠다”, “골프를 시작해야 했다”, “네트워킹을 더 해야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또 어떤 직원들은 “PE는 딜소싱이 핵심인데 딜소싱은 인맥과 집안 배경 좋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것이니 나는 노력해도 어짜피 안될거라”고 지레 포기하기도 합니다.

인맥과 배경과 골프와 타고난 언변으로 좋은 바이아웃 딜을 소싱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바이아웃 PE의 시니어가 될 수 없는 것일까요? 과연 어떤 사람이 바이아웃 딜소싱을 잘할 수 있을까요?

어떤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의 자질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업무의 직무기술(Job Description)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되어야 합니다. 딜소싱도 예외가 아닙니다. 딜소싱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필요한 자질이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 달라집니다.

2000년대 중반에 출간되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머니볼(Moneyball)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라이어스 포커(Liar’s Poker)라는 베스트셀러에서 월스트리트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산드라 블록에게 생애 처음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SNL작가 출신 애덤 맥케이가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영화 빅쇼트(Big Short)의 원작 소설을 쓴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쓴 야구 역사 나아가 프로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책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15년 전쯤인가 제가 절친의 권유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 느꼈던 지적인 흥분과 영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90년대말 2000년대 초반 30개 MLB구단들 중에 선수단 연봉 총액이 가장 적은, 다시 말해 가장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Oakland Athletics)가 어떻게 MLB 전체 구단들 중에서 당대에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팀이 되었는지를 취재해서 쓴 논픽션 소설입니다. 작가인 마이클 루이스는 당시 오클랜드의 단장이었던 빌리 빈(Billy Beane)의 스카우팅 철학과 구단 운영 방식에 주목하게 됩니다.

19세기에 창시된 야구라는 경기는 20세기가 거의 다 지날때까지 경기를 보고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스카우터들의 눈과 감을 믿고 선수를 선발했습니다. 스카우터들은 하나 같이 큰 체격, 빠른 발, 강한 어깨와 파워를 선수 선발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거기에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지면 그 선수의 몸값은 최고였습니다. 야수와 타자를 평가할때 스카우터들은 타율, 타점, 도루, 홈런을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삼았습니다. 당연히 사이즈와 스피드와 파워를 갖추고 타율과 타점이 높은 선수들이 먼저 선택을 받았고 몸값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당시에 위에 언급된 모든 요소를 갖춘 완벽한 선수로서 모든 스카우터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화려하게 뉴욕 메츠에 입단했으나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그저 그런 선수로 일찍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빌리 빈 단장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빌리 빈 단장은 스몰마켓의 저예산 구단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스카우터들의 눈과 감을 만족시키고 몸값이 높은 선수들보다는 실제 야구경기의 승률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의 자질과 그 자질을 가려내는 지표가 무엇인지를 깊게 파고 들었고 한 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상식을 뒤엎는 방식으로 선수를 선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타율과 타점이 아닌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한 것이죠. 체격이 작고 파워가 약하지만 영리하고 팀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빌리 빈과 오클랜드는 그런 방식으로 저평가된 선수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카우트하고 트레이드하여 선수단을 꾸렸습니다. 그 결과 MLB 최고의 부자 구단이자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 선수단 총연봉의 30%만의 돈을 쓰고도 수년간 양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승률을 기록하는 마법과 같은 성적을 냈습니다. 마이클 루이스 작가는 빌리 빈과 오클랜드 구단의 그러한 혁신적인 선수 선발 방식과 구단 운영 방식을 머니볼이라고 불렀고, 이후 머니볼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것의 고유명사가 되었습니다.

딜소싱의 자질을 든든한 집안 배경, 타고난 인맥, 네트워크, 골프 실력, 외향적인 성격으로 규정하는 것은 저로 하여금 야구계에서 머니볼이 등장하기 전 오랫동안 내려온 올드스쿨 구단과 스카우터들의 선수 선발 기준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저의 경험과 팩트에 근거해서 보면 PE 딜소싱, 특히 미드캡바이아웃 딜소싱, 그중에서도 UCK가 추구하는 단독 딜소싱을 위한 핵심적인 자질은 위에 언급된 상식적인 내용과는 다릅니다. 회사 설립 이래 모든 투자건을 단독 딜소싱한 UCK의 3명 파트너들의 면면도 바로 위에서 묘사된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미드캡바이아웃 딜소싱에서 머니볼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딜소싱의 정의로부터 출발을 해야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딜 소싱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운용사의 투자 전략과 미션에 부합하는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UCK의 경우 미드캡바이아웃),
(2) 경쟁을 피해서(또는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상세히 검토할 기회를 확보하고,
(3) 효과적인 협상으로 상호 합의를 이끌어 내어 최종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

즉, 딜소싱은 딜에 대한 정보를 누구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매도인과 매수인을 소개시켜 주는 것도 아니고, 투심위에 투자 안건을 상정하는것도 아닌, 최종적인 거래 성사를 의미합니다. 가끔 딜 브로커들이 오너와 PE간에 최초 미팅을 주선해 주었다는 사실로 본인들이 딜소싱을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투자는 잘 모르겠지만 미드캡바이아웃 투자를 하는 UCK관점에서는 오너와의 첫 만남과 최종적인 거래 성사와의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와 무수한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저희가 새로운 딜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나면 주위에서 어떻게 딜소싱을 했냐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첫째 질문은 “그런 회사가 어디 있었나? 그런 회사를 어떻게 찾아냈느냐?”라는 것이고, 둘째 질문은 “사실 나도 그 회사 잘 아는데… 그런데 그(오너)분을 도대체 어떻게 설득했느냐?”라는 것입니다. 둘 중에 “어떻게 그런 회사를 찾았냐”는 질문 보다 “어떻게 그 분을 설득했느냐”는 두번째 질문이 훨씬 더 많습니다. 미드캡바이아웃 딜소싱에서는 나의 인맥과 네트워크가 얼마나 풍성한지 보다는 내가 어떤 태도와 무슨 아이디어로 의사결정자를 설득해내느냐가 훨씬 더 어려운 일이자 더 차별화된 능력이라는 사실의 반증입니다.

오너 입장에서는 자신이 세우고 일구어온 회사를 누군가에게 매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 중 하나이지만 동시에 이전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의사결정입니다. 그런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을 단순히 아는 사람이라고, 누가 소개해 주었다고, 언변이 좋다고, 집안 배경이 좋다는 이유로 내리지 않습니다. 결국은 대화와 협상 과정에서 오너에게 누가 가장 신뢰를 주는지에 달려있고 그 신뢰의 저변에는 오너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하여 깊게 고민 하고 예리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거기에 도중에 포기하지 않는 성실성과 진정성이 평가를 받고, 그 사람과 그 운용사가 그동안 시장에서 쌓아온 평판이 더해져서 오너의 최종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이 딜소싱 담당자가 내부 투심위를 설득하여 최종 투자의사결정을 이끌어낼수 있는 능력입니다. 요약해서 말씀 드리면 저는 “집요함”과 “예리함”이 미드캡바이아웃 딜소싱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전 칼럼의 말미에 일대일 영업의 기본은 (1)커버리지 X (2)성공율의 함수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위 단락들에서 언급된 질문 중 “그 회사를 어떻게 찾았냐”라는 질문이 커버리지에 대한 질문이고 “그 분을 어떻게 설득했느냐”가 성공율에 대한 질문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커버리지와 성공율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성공율을 높이는데 “집요함”과 “예리함”이라는 핵심 자질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