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연희동에 돈 가방 가득…손님에 돈 봉투 나눠줘"

입력 2023-04-05 13:48
수정 2023-04-05 14:11

5·18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자금 폭로를 이어갔다. 전씨는 어린 시절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침실 벽에는 돈 봉투가 가득 담긴 가방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4일 오후 KBS1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지난달 31일 광주를 찾은 데 대해 "유일하게 어머니만 '자랑스럽다, 수고했다'고 말할 뿐 한국으로 오라던 가족들은 다 연락을 해도 안 받고 있다"며 "아버지 전재용씨, 할머니 이순자씨 모두 연락을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릴 적 5·18 관련 이야기를 들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정말 제가 의아하다고 생각한 부분인데, 저희 가족은 5·18 관련 대화를 일체 나누지 않았다"며 "제가 물어봤을 땐 답변을 회피하거나, '감히 이런 질문을' 이라는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또 '전두환씨는 어떤 할아버지였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안타깝게도 정말 따뜻한 할아버지라기 보단 어떻게든 잘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상속이나 용돈을 받아내려는 존재였다"며 "부모님이 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강제적으로 애교를 떨어야 되고 그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많은 분들이 (집에) 찾아오셨고 항상 (할아버지가) 돈 봉투를 나눠주는 게 관례였다"며 "액수는 100만원에서 1000만원 단위로 준 걸로 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침실 벽에 돈 봉투가 가득 담긴 가방들이 항상 많았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비자금이 큰아버지인 전재국씨에게 가장 많이 갔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사업을 가장 많이 했고, 재판도 큰아버지가 맡아서 했다"고 밝혔다.

힘든 일을 자처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따뜻한 가족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돈으로 인해서 붙어 있던 가족인데 추징금이나 비자금 관련 조사로 돈이 없어지면서 다 뿔뿔이 흩어졌다"며 "아버지 전재용씨가 재혼을 해 버려진 아들 같은 느낌이었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