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 투자의 최대 변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조차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본다고 해석했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3년을 끌어온 리플과 SEC의 소송전이 사실상 알트코인의 ‘증권성 논쟁’을 결정지을 이정표로 꼽힌다. 이 소송전에서 조만간 ‘약식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리플을 비롯한 일부 알트코인이 급등세를 타기도 했다.
리플은 지난달 하순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만 해도 0.38달러에 머물러 있다가 1주일 만에 0.54달러까지 올랐다. ‘리플 vs SEC’ 재판에 대한 뉴욕남부지방법원의 약식 판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리플 측 변호인단을 통해 전해지면서다. 이 재판은 SEC가 2020년 리플을 미등록증권 판매 혐의로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SEC 고소장에 따르면 리플랩스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1억3800만달러의 개발 자금을 리플을 찍어내 조달했다. 미국 대법원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 따르면 리플은 증권이라는 논리다.
리플랩스 측은 리플의 증권성을 부인하기보다 ‘공정고지 위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로부터 2015년 리플 판매와 유통을 승인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SEC가 증권법 위반 고지를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즉 리플랩스가 승소하더라도 판결문에서 리플의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암호화폐를 발행해 각종 필요자금을 마련한 다른 프로젝트들 역시 증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양측은 지난해 9월 법원에 약식 판결을 요청했다. 약식 판결은 사실관계에 대해선 양측 간 이견이 없고 오직 법리 다툼만 남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 이상의 심리 절차 없이 법원 판결로 종료된다. 리플과 SEC 모두 합의를 거부했고 서로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
증권성 논란은 최근 이더리움으로 번지고 있다. 뉴욕주 검찰이 지난달 암호화폐 거래소 쿠코인을 미등록 증권 판매에 따른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분류했다.
뉴욕주 검찰은 작년 9월 이더리움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탈릭 부테린과 이더리움재단이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그들 역시 이더리움을 나눠가진 뒤 개발자금 등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이더리움을 맡겨 블록체인 검증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이더리움을 얻는 ‘스테이킹’ 자체도 수익을 기대하고 제3자에게 금전을 맡기는 증권성 분류 기준의 하나로 해석했다. PoS 자체가 증권의 근거라고 주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PoS로의 전환 결정 자체가 이더리움 투자자들의 직접 투표로 이뤄진 만큼 타인의 사업에 금전을 투자한다는 증권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오는 13일 예정된 샤펠라(상하이+카펠라) 업그레이드를 호재로 보고 있다. 이 절차가 끝나면 스테이킹으로 맡겨둔 이더리움을 다시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을 맡기는 것만 가능했고, 출금은 불가능했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은 지난 1일 기준 1786만8168개로 시가로 326억4500만달러에 달한다. 참여자 수는 55만8980명이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의 수익률은 연 5.2% 수준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