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엄청 사주는데…" 한국서 번 돈 절반 넘게 해외로 갔다

입력 2023-04-05 11:01
수정 2023-04-05 14:20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다시 한번 1000억원대 배당금을 해외 본사에 송금했다. 매년 당기순이익을 웃돌거나 거의 준하는 규모의 금액을 배당금 명목으로 해외로 보내왔던 벤츠코리아는 지난해에도 이 기조를 이어갔다.

한국인들의 벤츠 사랑은 변함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E클래스와 S클래스는 본고장인 독일보다 한국시장에서 더 팔렸다. 벤츠 차량은 자동차 시장 규모가 2배 큰 일본 시장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린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1022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양대주주인 메르세데스-벤츠AG(지분 51%)와 한성자동차 모기업 스타오토홀딩스(49%)다. 벤츠를 할부 구매시 금융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지난해 520억원의 배당금을 해외로 보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차량 가격 인상과 전기차 등 고가 차량 판매 증가로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매출액 7조원을 돌파(7조5350억원)했다. 2021년 매출 6조원을 넘긴 데 이어 다음해 곧바로 7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9%와 20% 증가한 2817억원과 177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57%를 배당금으로 책정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사회기여도 대비 과도한 배당금으로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2020년에는 벌어들인 돈(당기순이익 1289억원)을 훌쩍넘는 1682억원을 해외로 보냈고, 2021년에도 당기순이익(1479억원)의 99%인 1472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고배당'의 대명사다. 배당성향이 국내 기업 평균보다 배 이상 높다. 과거에도 90%대 배당성향을 유지하다가 비판을 받자 일시적으로 50% 이하로 줄이기도 했다. 2020년과 2021년 다시 고배당 기조로 돌아선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다시 배당성향을 50%대로 낮췄지만 국내 코스피기업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20%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기부금 비중은 오히려 감소세다. 2021년 영업이익의 1.8%를 국내 시장에 기부했던 벤츠코리아는 지난해에는 1.3%를 기부금으로 썼다. 금액으로 보면 2021년 28억원에서 지난해 29억원으로 1억원 늘렸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9% 늘었다.

외국계 기업이 해외본사로 보내는 과도한 자금은 역외탈세 혐의 조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내로 들여오는 차(車)값의 원가를 높게 매겨 마진을 최소화해 세금을 회피하는 식인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15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502억원의 추징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배당 정책에 따른 배당금 지급"이라며 "배당금은 제품·서비스 개선, 연구·개발(R&D)에 재투자되고 이는 다시 좋은 제품·서비스 출시로 이어지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