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혐의를 받는 사람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형량의 범위는 그대로 둔 하급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무고죄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9년 11월 서울 잠실역 지하철수사2계 사무실에서 자신이 강제 추행으로 고소한 B씨에 대해 피해자 진술을 하면서 "협박죄,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를 추가 고소하니 처벌해달라"며 고소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A씨는 B씨에게 욕설을 듣거나 폭행당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수사당국은 B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A씨는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무고 혐의를 전부 인정했고, 법원은 1·2심 모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2심이 양형 이유 부분에 법률상 처단형 범위를 '벌금 1500만원 이하'라고 잘못 기재했다며 해당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형법에 따르면 무고죄의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인데, 무고 피해자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면 형량의 절반을 감경해야 한다. 이에 따라 A씨의 처단형 범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750만원 이하 벌금형이 된다.
하지만 1심은 법령의 적용 부분에 '자백감경'을 기재하고도 처단형의 범위를 '벌금 1500만원 이하'라고 기재했다. 2심 역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은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인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