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국가부채가 지난해 2300조원을 넘어섰다. 재정확장론자들은 아직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국가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의 49.6%로 미국(132%)이나 일본(270%) 등 선진국을 밑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 나랏빚을 얼마든지 국채 발행이 가능한 기축통화국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 속도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재정 중독’ 탓에 국가부채는 5년간 62.3% 폭증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비기축통화국 17개국은 물론 전체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재정 포퓰리즘 폭주는 멈출 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어’를 연 5조원 이상의 혈세로 메우고, 10조원 넘게 들여 노인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퍼주기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을 확정한 지 얼마 안 돼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부채 관리가 중요한 것은 그 대가가 혹독해서다. 나랏빚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국가신용도 하락과 자본 이탈을 부르고, 과도하면 국가 부도로 이어진다. 부채 관리에 실패한 나라의 국민이 겪는 참혹한 실상은 남미 재정위기가 대변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간 재정적자 폭을 제한하는 재정준칙 관련 법안은 7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면서 “세금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정 혁신을 추진해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 요구와 예산안 편성에 흔들림 없이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