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비롯해 은행권 지배구조의 감독·검사를 강화한다. 소유분산 기업으로 꼽히는 은행권 CEO들의 ‘셀프 연임’을 막기 위해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의 면담을 정례화하고 상시 감시도 추진한다. 지난해 발생한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사태와 관련해선 은행장을 포함한 고위 경영진에 대해 제재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CEO 선임 절차 평가금감원은 4일 은행부문(금융지주 포함) 주요 감독·검사 현안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도 개선 방침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재무상태와 자산 건전성에 중점을 뒀던 은행 감독·검사를 지배구조 중심으로 개편해 내년까지 중점 감독·검사하기로 했다. 은행에 대한 상시검사 때 이사회의 구성 및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검사에서도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경영 승계 절차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금감원과 은행 이사회 간 면담은 은행별 최소 연 1회로 정례화한다. 금융지주·은행 이사회 의장과의 고위급 간담회를 상·하반기에 나눠 열고 상시면담도 한다. 금감원은 이달 첫 번째 순서로 KB금융지주·국민은행 이사회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사회 의장은 가급적 몇 개 지주·은행을 묶어 금감원장이나 수석부원장, 부원장 등이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핵심 감독 수단인 은행 경영실태 평가에도 지배구조 관련 평가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지배구조는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경영관리 수익성 유동성 리스크관리 등 6개 경영실태 평가부문 중 경영관리 하위 항목에 포함돼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평가 항목을 4개에서 6개로 늘리고 이사회 구성과 운영, 사외이사 선임 절차, 경영승계 절차 등에 관해 세부 체크리스트도 마련할 방침이다.
대규모 횡령과 불완전 판매 등을 막기 위해 경영관리 하위 항목인 내부통제 평가는 별도 평가부문으로 분리한다. 내부통제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사회 역할과 내부통제 기능에 대한 평가를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여 상생금융 등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상 외화 송금’ 제재 예고금감원은 이날 이상 외화 송금 거래의 검사 결과와 처리 계획도 밝혔다. 국내 은행 12곳과 NH선물 등 13개 금융회사를 검사한 결과 84개 업체에서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를 통해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확인됐다. 대부분의 거래가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됐다는 점에서 국내외 암호화폐 시세 차이인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거래인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상 외화 송금에 연루된 금융회사의 무더기 제재도 예고했다. 지난달 금융회사 13곳 중 9곳에 조치 예정 내용을 사전 통지했고, 향후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계획이다. 사전 통지 안에는 임직원 면직이나 업무 일부 정지 등 중징계안도 포함됐다.
금감원은 이상 외화 송금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권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보형/이호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