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해 4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카드 소비가 올해 들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승인 건수로는 오히려 10% 이상 증가했습니다. 싼 걸 자주 사거나 현금 대신 카드로 소비하는 전형적인 불황기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선불카드를 합친 전체 카드의 평균 승인액은 4만3857원으로, 1년 전보다 2.2% 줄었습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2.4% 감소했습니다. 전체 카드의 평균 승인액이 전년 동월 대비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카드 승인액은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른바 '보복 소비'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이용실적은 일평균 3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습니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최악의 수출 실적에도 한국의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가계 부담이 커졌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도 위축되면서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체 카드 중 신용카드의 평균 승인액은 5만5267원으로 1년 사이 3.1% 감소했습니다. 체크카드는 0.4% 줄어든 2만4654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카드 유형별로 보면 개인카드는 0.8% 줄어든 3만8553원, 법인카드는 9.5% 급감한 12만8106원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평균 카드 승인액은 감소했지만, 승인 건수는 늘어났습니다. 지난 2월 전체 카드 승인 실적을 보면 승인 건수는 1년 전보다 15.8% 늘어난 20억건을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신용카드 승인 건수는 12억5000건으로, 이 기간 16.9% 증가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뒤 보복 소비는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별 씀씀이는 줄어든 것이란 분석입니다. 전체 승인 액수는 같은 기간 13.3% 늘어난 87조5000억원이었습니다.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을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지난해 중반 이후부터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보여 온 카드 평균 승인액이 올해 2월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며 "카드를 쓰는 사람은 늘었지만, 소득 감소 등으로 개인별 지출 여력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