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토막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0% 가까이 줄고, 순손실은 1조원이 넘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기업은 두 시장 모두에서 10%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과 금리 등 비용이 늘어난 게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이라며 "올 상반기 실적이 회복의 속도를 결정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04곳(금융업 등 제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어난 730조8950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68.7% 급감한 13조1672억원이었고, 순이익은 38.8% 줄어든 18조2956억원이었다.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3분기 7.0%로 집계됐으나, 연간 수치는 5.7%로 낮아졌다.
반도체 경기가 하강기에 접어든 영향을 감안해도 실적이 급격히 나빠진 건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에 8조8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6% 줄었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업(-9조8305억원)과 철강금속(-2661억원)의 적자폭이 컸다.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전년 동기 대비)한 기업 수는 지난해 1~3분기에 52곳(8.7%)에서 연간 73곳(12.1%)으로 급증했다.
코스닥시장도 상황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다.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1100개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연결 기준)은 74조52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조8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고, 순이익은 -1조5373억원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의 수는 지난해 1~3분기에 125곳(11.7%)에서 연간 150곳(13.6%)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59조4124억원으로 전년(186조8947억원) 대비 14.7%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5조3721억원으로 전년대비 0.8% 늘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기 등이 겹치면서 올해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상장사 211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 추정치는 148조8076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전 추정치(186조3692억원)보다 20.1% 줄었다. 지난해 발표된 211개사의 영업이익(165조7463억)와 비교해도 10.2% 더 낮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과 금리가 오르면서 기업의 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경기 부진으로 판매 가격은 올리지 못해 매출이 증가하면서도 영업이익·순이익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만 놓고 보면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 상반기 실적이 회복의 속도를 결정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배태웅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