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모임인 OPEC+ 회원국들이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추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내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 하락했다. 석유 가격이 하락한 건 2021년 2월 -6.3% 이후 2년 만이다. 그 덕분에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기록했다. 작년 4월 이후 10개월 만에 상승률이 4%대로 낮아졌다. 정부는 물가가 작년 말 정점을 찍었으며, 이후 올해 말까지 서서히 낮아져 연간 물가 상승률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 전망이 주로 농산물을 포함한 식료품과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 하락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2월에도 이들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하락폭은 0.1%포인트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르면 이달 이후 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유와 원유를 가공한 석유류는 각종 제품에 중간재로 쓰이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에너지 가격 인상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 유가를 비롯해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물가가 다시 급등하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결정을 놓고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 2월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물가가 둔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금리 인상을 다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