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 1분기 기준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올라섰다. 반면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원유를 수입하는 중동을 빼면 교역국가 중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넘보면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표현도 옛말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71억9000만달러로 전체 국가 중 가장 많았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게 주요인이다. 2차전지와 건설중장비 등도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반면 이 기간 대중 무역수지는 7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흑자는 2021년(243억달러)만 해도 미국(227억달러)을 앞섰다. 그러다가 작년 1분기엔 각각 58억4000만달러, 58억9000만달러로 비슷해졌고, 하반기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연간 무역흑자 규모는 미국이 279억8000만달러였던 반면 중국은 12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달까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출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확고한 ‘제1 수출국’이던 중국과 미국의 격차는 줄고 있다. 1분기 대미 수출은 268억6000만달러로 대중 수출(294억7000만달러)과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3월에는 차이가 6억3000만달러로 좁혀졌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미·대중 무역수지가 역전된 것은 우선 산업 사이클 영향이 크다. 미국 시장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현재 업황이 좋지만 대중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한파를 겪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는 의견도 많다. 중국이 중간재를 내재화하면서 생산 자립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그 결과가 ‘수출 증가, 수입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총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2019년 45.9%에서 지난해 49.6%로 높아졌다”며 “한국 중간재와 중국 수출품의 연계 약화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선 자동차 브랜드의 성장을 비롯해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소비재뿐 아니라 한국산 기계, 석유제품 등의 수입도 늘리고 있다.다만 미국이 최근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변수로 꼽힌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