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주총회 기간에 일부 기업은 배당률을 높이는 등 주주환원 전략을 강화했지만, 대부분 기업은 다가오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다며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배당해 주주들의 실망을 샀다. 주총에서 눈길을 끈 것은 행동주의 펀드의 활약이었다. 지난 3년간 행동주의 펀드의 주총 제안은 급속히 늘어 작년 20개사에 비해 대폭 증가한 47개사가 주총 안건으로 펀드의 제안을 채택했다.
주주환원 전략의 기본인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안과 함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제안하는 안이 많았는데 결과는 행동주의 펀드의 참패였다. 지난달 31일 열린 남양유업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표 대결로 선임된 사례가 유일했다. 이는 감사위원 선임 시에 3%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 첫 사례였다.
그렇다면 다른 여러 주주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아직 투표만으로는 소액주주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양유업도 주당 현금배당 500원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이 회사 측 제안인 주당 50원으로 통과됐다.
이에 비해 회사 측과 사전 조정을 통해 만장일치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을 처리한 사례도 있다. 한국알콜이 사전 조정을 통해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는 표 대결만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올해 주총에서 가장 독특한 사례는 KT였다. 사외이사 한 사람만 남겨 놓고 모든 이사가 사퇴했는데, 이는 향후 적어도 5개월 동안 경영진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KT 주가는 연중 최저가로 하락했고 외국인투자자 43%, 개인투자자 33%, 기관투자가 26%로 구성된 주주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주총 결과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과거에 ‘총회꾼’이라고 불리며 경제사범으로 형사처벌을 당하던 주주 행동주의가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 앞으로 경영진들에 상당한 시련을 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그 배경에는 개인투자자가 작년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해 1384만 명으로 급증한 것을 들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 비중은 개인 50.7%, 법인 36.3%, 외국인 12.5%였다. 지난 3년간 증권시장이 횡보하는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 세력이었는데 개인투자자는 유일한 ‘매수’ 세력이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증권시장의 하락폭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앞으로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이들이 행동주의 펀드에 우려하는 것은 과거 외국 행동주의 펀드들 때문이다. 그들이 국내에서 결국 ‘먹튀’해 떠났으니 우리나라 펀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펀드로 의결권을 위임하는 데 소극적이다.
내년 주주총회를 전망해보면 첫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제안이 증가할 것이고 통과 가능성이 큰 감사위원 선임에 집중할 것이다. 둘째, 전자투표로 인해 개인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늘어나고 단결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셋째, 개인주주들은 정보보호를 우려해 의결권 위임보다 자문기관의 의견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들을 취합해 보면 경영진들은 주주환원 전략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배당성향이나 배당액을 높이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장을 통한 지속 가능 경영 전략으로 귀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