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남은 유치원 특성화교육비는 인건비 등 다른 업무에도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쓰고 남은 유치원 특성화교육비를 학부모에게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첫 판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 사립유치원 원장 A씨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특성화교육비 회수·반환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교육청의 회수·반환이 정당했다고 본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A씨가 유치원 학부모들에게 받은 특성화교육비 가운데 14억6300여 만원을 유치원과 함께 운영하는 교회로 부당하게 인출했다며 해당 금액을 유치원 회계로 회수하고 학부모들에게 반환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이 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한 교비 계좌 외에 특성화교육비 수납용으로 원장 개인 명의의 별도 계좌를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유치원 회계 회수 처분은 정당하지만 학부모에게 반환하라는 처분은 위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회수·반환이 모두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A씨가 교회로 옮긴 돈이 당초 서울시교육청의 지적보다 적은 9억7000여만원으로 보고, 해당 금액만 회수·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특성화교육비를 회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부모들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경우 실제로 특성화교육을 제공했고, 남은 돈을 교회에 넘겼기 때문에 실제 교육이 실시된 만큼 특성화교육비를 환불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학부모들이 납부한 특성화교육비가 전부 특성화교육비로 지출돼야 한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며 "유치원은 특성화교육비 중 실제 특성화교육에 지출하지 않은 잉여금을 교비 회계로 편입해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특성화교육비를 징수하면서 그 교육비가 '오로지 특성화교육 비용에만 지출될 것'으로 기망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