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만나 김 여사의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참석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최대 현대미술 축제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강 시장의 김 여사 초청은 최근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 31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참석 후 광주·전남지역 정치인과 기업인, 사회단체 대표 등 40여명과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강 시장은 물론 김영록 전남지사와 노관규 순천시장,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 등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원 등도 대거 참석했다.
만찬이 끝나갈 때쯤 윤 대통령은 강 시장과 소 의원을 향해 “광주에서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주신 강 시장과 순천을 지역구로 둔 소 의원 두 분은 하실 말씀이 좀 있을 것 같다”며 발언 기회를 줬다.
마이크를 잡은 강 시장은 “오는 4월 7일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는데 김 여사님이 오시면 행사도 빛나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약 그날 일정이 안되더라도 행사 기간 중 언제라도 오시면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광주 일원에서 94일간 진행된다. 미술 전시기획자 출신인 김 여사는 그동안 대통령 영부인으로 활동하며 문화예술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강 시장의 요청을 두고 “과거 정치 이력이나 언행을 고려하면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전남대 운동권 출신인 강 시장은 민주당에서 3선(17~19대) 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586세대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호남총괄특보단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공격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강 시장은 지난해 초 라디오에 나와 김 여사를 향해 “(윤 후보의)부인을 넘어 아주 강력한 비선 실세”라고 날을 세웠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