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절망과 마주하며 살아왔습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2)는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 뮤지엄산에서 열린 개인전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사카 변두리에서 태어난 그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중학교 때 집을 고치러 온 목수들이 즐겁게 일하는 광경을 보고 건축에 관심이 생겼지만, 가난 때문에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꿨다. 공업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트럭 운전, 공사장 막일로 생계를 이어갔다.
건축은 헌책방에서 산 책으로 독학했다. 이후 거의 무일푼으로 세계를 떠돌며 근대 건축의 명작들을 봤다. 1969년 건축연구소를 설립하고 수없이 퇴짜를 맞은 끝에 오사카의 ‘스미요시 연립주택’ 설계를 따냈다. 결과물로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으니 비로소 의뢰가 들어왔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으로 1995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으며 자신을 증명했다. 환희의 순간도 잠시. 2014년 암 선고를 받으며 또다시 절망에 직면했다. 대수술을 받았다. “장기를 다섯 개나 제거하고도 살아가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요.”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입니다. 10대, 20대가 아니라도 살아 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에요.” 안도가 미술관 곳곳에 설치한 푸른 사과 조형물은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주 뮤지엄산 개인전은 7월 30일까지 열린다.
원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