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읽는 사람 너무 없어…교보문고마저 '눈물의 감원'

입력 2023-03-31 18:06
수정 2023-04-01 02:03
국내 대표 서점 교보문고가 1980년 설립 이후 첫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대형 서점 중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독서 가뭄’으로 인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31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4월 1일부터 2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이 사내 공지됐다. 희망퇴직 대상은 40세 이상이면서 근속연수 10년 이상인 임직원이다. 근속연수 10년 이상 15년 미만 임직원에겐 20개월분 기본급을, 15년 차 이상은 24개월분 기본급을 준다. 이와 별도로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을 추가로 준다.

교보문고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건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교보문고 측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선제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책 유통에서 나아가 디지털 전환,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도서 시장의 위기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성인 한 명당 한 해 읽는 책의 수는 평균 4.5권이다. 2년 전에 비해 3권 줄었다. 종이책으로만 따지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2.7권에 불과하다.

여기에 원자재가격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교보문고의 경영 실적은 뒷걸음질쳐왔다.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해 13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사상 최대 매출 8324억원을 기록하고도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다. 책값 인상 등으로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류 시스템 혁신, 각종 신사업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영업손실에 영향을 미쳤다. 교보문고의 영업이익은 2019년 56억원, 2020년 6억원, 2021년 1751만원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2021년 교보문고에 15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지난해 창작지원플랫폼 사업 관련 자산을 양도하는 식으로 교보문고의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교보문고는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