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슈와브 '스톡런' 가속…모건스탠리 투자의견 하향

입력 2023-03-31 18:02
수정 2023-04-01 01:31
미국 대형 증권사 찰스슈와브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마찬가지로 보유 채권 가치가 급락하면서 스톡런(증권계좌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사이프리스 애널리스트는 30일(현지시간) “찰스슈와브의 수익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동일 비중’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기존 99달러에서 68달러로 낮췄다. 이 여파로 찰스슈와브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4.98% 내린 52.47달러에 마감했다. 찰스슈와브 주가는 한 달 새 32% 넘게 미끄러졌다.

최근 월가에서는 찰스슈와브가 미국 중소은행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뒤를 이어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유하던 장기채 가치가 훼손된 게 주된 원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대차대조표상 찰스슈와브의 미실현 손실은 290억달러 넘게 불어났다.

고객들은 찰스슈와브 계좌에서 자금을 빼 다른 대형은행으로 옮기고 있다. 사이프리스 애널리스트는 “고객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월 환산 기준 200억달러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는 예상치의 두 배”라며 “주식 분석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찰스슈와브의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유동성이 충분하다”며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우려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SVB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중소은행 대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쏠리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자료를 인용해 SVB 파산 이후 상위 25개 대형은행으로 흘러들어간 예금이 1200억달러에 달하는 반면 이외 중소은행에선 같은 기간 108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당국은 SVB 파산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주식을 처분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조사에 나섰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