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꼭 봐야해"…서울모빌리티쇼 '숨은 명차' 뭐있나 보니

입력 2023-04-02 20:24
수정 2023-04-03 03:12

지난달 31일 '2023 서울모빌리티쇼'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해 행사가 한창입니다. 아무래도 모빌리티쇼에 참가한 각 완성차 업체들의 볼륨 모델(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차)에 눈길이 쏠리는데요.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차량 가운데 관람객 관심은 덜 받지만 자동차 산업에서 의미 있는 차를 3개 소개해보겠습니다.'백투더퓨처의 재림'…현대차 N 비전 74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다음(Next)은 무엇이 될지 궁금한 방문객이라면 현대자동차가 전시한 'N 비전 74'를 꼭 보시길 권합니다. N 비전 74는 현대차가 전동화 시대를 넘어 더 먼 미래에도 운전의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목적 아래 개발한 차량입니다. 아직 양산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 주행도 가능해 현대차의 '움직이는 연구소' 역할을 하며 다양한 고성능 기술을 파생시키고 있는 모델입니다.


이 차는 수소연료전지와 리튬이온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업계에선 수소고성능차라고 불립니다. 수소전기차인 이 차는 외부 전기 충전도 가능합니다. 수소연료 자동차는 1회 충전시간과 주행거리 면에서 리튬 기반 배터리 대비 장점을 갖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최고 출력 500kW(약 680마력) 이상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제로백) 4초 안에 도달합니다.

여기에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기'와 '수소' 사이에서의 최적의 효율점이 어디인가를 찾는 중입니다.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어떻게 하면 잘 냉각시켜 수소연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가 연구의 핵심입니다.


동력 성능 말고도 눈길을 끄는 건 디자인입니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나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드로리안'을 연상시킵니다. 어떤 이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나온 주인공 맥스의 차처럼 멋지다고도 합니다.


N 비전 74가 드로리안을 닮은 건 이유가 있습니다. 1974년 현대차의 콘셉트카였던 '포니쿠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포니쿠페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 차가 양산에 이르지 못하자 이를 영화 백투더퓨처 속 드로리안 디자인에 참고하도록 허락했다고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포르쉐"…비전 357자동차 명가 '포르쉐'가 오늘날 꿈꾸는 스포츠카는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하다면 포르쉐 부스를 방문해 '비전 357'을 보길 권합니다. 비전 357은 '최초의 포르쉐' '가장 아름다운 포르쉐 디자인'으로 불리는 '포르쉐 356' 모델을 재해석한 차량입니다. 356은 포르쉐에서 1940~1960년대까지 생산한 모델로 포르쉐 최초의 양산차로 유명합니다. 스포츠카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포르쉐 911'보다도 20년 먼저 나온 차입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페리'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포르쉐의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아들이었던 페르디난트 안톤 에른스트 포르쉐가 외부에 맡기던 자동차 설계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설계한 뒤 나온 첫차가 356입니다.

당시 포르쉐는 지금처럼 거대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차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은 폭스바겐 비틀용으로 쓰이던 자재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포르쉐 가문은 폭스바겐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재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356 디자인이 폭스바겐 비틀과 유사해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비전 357은 356 모델을 기반으로 모놀리식(일체형) 형태에 자연 흡기 6기통 박서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0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며 e퓨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모놀리식 설계란 '심리스'와 같이 섀시 이음새를 최소화한 일체형 차체 형태를 말합니다. 모터스포츠대회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포르쉐의 패밀리 룩인 '개구리 램프'가 앞으로 어떻게 진보할지도 향상된 라이트 시그니처를 통해 엿볼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행 포르쉐 모든 모델과 마찬가지로 비전 357 전면에는 4포인트 라이트 시그넷이 장착됐으며 헤드라이트의 라운드 디자인은 356의 조명 특징을 연상시킵니다."전동화의 꿈, 전기 픽업트럭"…KG모빌리티 O100전기차로 어디까지 만들 수 있을까가 궁금하다면 KG모빌리티 전시관에서 'O100' 모델을 보는 것을 권합니다. O100은 쌍용차에서 사명을 변경한 KG모빌리티가 토레스 전기차를 기반으로 만든 전기 픽업트럭 콘셉트카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토레스 디자인에 KG모빌리티의 특장점인 픽업트럭 설계를 합쳤기 때문에 조만간 양산까지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델입니다.


전기차의 끝은 어디인가를 얘기할 때 보통 전문가들은 픽업트럭을 꼽습니다. 무거운 짐을 싣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픽업트럭의 특성상 차체 하단에 무거운 배터리를 배치시켜야 하는 전기차 특성과 상성이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설계 난이도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외부충격에 민감한 배터리팩을 밑에 깔고 울퉁불퉁한 돌이 치솟아 있는 산길을 달린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찔합니다.


배터리 무게도 문제입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대표적 전기 픽업트럭인 '허머 EV'의 배터리 무게만 1320kg이 넘습니다. 전체 무게는 4.2t에 달합니다. 최근 GM에서 출시한 트랙스 크로스오버 차량의 공차중량이 1300kg이니 웬만한 소형 SUV차 무게를 밑에 깔고 달려야 하는 셈입니다. 바닥 충돌이 걱정돼 차체를 너무 올려버리면 무게중심에 손해를 볼 뿐더러 실용성도 떨어지겠지요.

KG모빌리티의 O100은 이 같은 도전의 출발을 알리는 차입니다. 크기는 토레스 정도의 준중형급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전체적 스타일링은 토레스의 강인하고 터프한 스타일을 이었고, 픽업트럭인 만큼 다양하게 적재함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과 다재다능함을 챙겼습니다.


전면부는 토레스 전기차인 EVX 처럼 키네틱 라이팅 블록이 내장된 그릴을 적용해 패밀리룩을 살리면서 미래지향적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범퍼 양옆은 헤드램프 역할을 하는 두 개의 버티컬 사각형 조명으로 차별화를 뒀습니다. 측면은 클래딩으로 마감한 오퍼 펜더와 차체 및 펜더에 버클처럼 생긴 방향지시등을 적용했는데 이를 통해 차체를 위·아래로 견고하게 체결해놓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바닥 부분에는 별도의 보관함과 각종 장비, V2L 커넥터 등을 탑재해 캠핑이나 레저 등 다양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