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 3명도 사퇴…이사회 1명만 남았다

입력 2023-03-31 09:07
수정 2023-03-31 09:10

31일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1년 연임 표결이 예정됐던 사외이사 3명이 주총 직전 동반 사퇴를 결정했다. 이들에 대한 연임 표결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KT는 현직 사외이사인 강충구 고려대 교수(KT 이사회 의장)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가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서울시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이들의 재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이들의 사퇴 결정에는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12%)의 의결권 행사 방침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전날 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나머지 두 후보에 대해서는 중립 의견을 냈다. 중립은 다른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따라 국민연금 지분을 나눠 계산한다는 의미다. 가령 찬반 비율이 6대 4일 경우 국민연금의 주식을 해당 비율만큼 나눠 산정하는 식이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지분 7.79%)은 사외이사 3명에 대해 모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초 구현모 현 대표에 이어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정치권의 압박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사임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28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을 대표이사 직무 대행으로 지정하고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정권과 관련이 있는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이날 사퇴했다.

KT는 비상 경영위원회 산하 '뉴 거버넌스 TF'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 선임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이 걸릴 것으로 KT는 예상한다.

사외이사가 잇달아 사임하면서 KT 이사회에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됐다. 다만 KT 정관상 사외이사 후임이 없을 경우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사외이사가 이사 대행을 하도록 한 만큼 이사회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