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이라던 남편, 숨겨둔 아이에 양육비까지 지급" 분통

입력 2023-03-30 21:03
수정 2023-03-30 22:13

초혼이라던 남편이 알고보니 전처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었고 숨겨둔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여성이 혼인 무효 소송을 걸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30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이같은 사연이 소개됐다. 우선 사연자 여성 A씨는 “남편과 저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나 둘 다 부모님이 없고 부자도 아니었지만 서로를 유일한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사랑을 키워다가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은 돌변했다”며 “화가 나면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거나 욕설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티비며 가전제품과 화분을 바닥에 던져 부쉈고, 제가 빨래를 제대로 못 한다면서 빨래 건조대를 밖으로 내던져서 행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기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결국 A씨는 “이런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참지 못해서 이혼을 하려고 필요 서류를 떼러 갔는데남편의 혼인관계증명서에서 이혼이라는 글자를 보게됐다”이라며 “게다가, 남편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어 보니, 웬 모르는 아이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분명 저와 혼인신고를 할 때는 초혼이라고 했던 남편이 사실은 이미 아이가 있고 이혼까지 한 사람이었던 것”로 토로했다.

A씨는 “그날 밤 남편에게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따졌더니, 남편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된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 여동생을 대신해서 자기 호적에 올려준 것’이라고 변명했다”며 “하지만 알고 보니, 남편은 전처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었고, 그것도 꽤 많은 돈을 지급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사연에 조언을 주러 출연한 김예진 변호사는 “유사한 사건들을 몇 번 진행을 해봤었는데 대부분 기존 혼인 및 이혼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하거나 이미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기 직전에야 자신이 전에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보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아마도 사연자분들과 같은 경우에는 이러한 무효가 되기를 많이 희망하실 텐데 우리나라 민법 제815조는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조건을 제한을 하고 있다”며 “두 사람 사이에 결혼 의사의 합의가 없는 경우 또는 두 사람이 8촌 이내의 혈족이거나 인척 관계 등 근친혼 관계에 해당하거나 그런 관계에 있었던 때에만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적어도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혼인신고 당시에 양 당사자 모두 결혼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었고, 그 이후에도 실제로 혼인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혼인 무효 조건에는 해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김 변호사는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는 ‘사기’는 적극적으로 거짓말한 것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사실을 말하지 않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연자님 사건과 같이 남편이 자신의 전혼 및 자녀에 대해서 침묵하여 말하지 아니한 것은 혼인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민법 제825조에 따라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