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자 방북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이 전 부지사의 공소장에 적시됐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대표가 배제되자 경기도 차원에서 방북 추진에 나섰다는 것이다.
30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에서 이 대표가 배제되자 경기도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방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2018년 10월 4~6일, 같은 해 10월 19~24일 북한과의 교류사업 논의 및 합의를 위해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도지사 방북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1월 경기 고양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도 북한 측과 ‘이재명 지사가 가까운 시일 내에 평양을 방문할 것’을 논의하고, 그해 말부터 2019년 북한 측에 도지사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봤다.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북측 김성혜 조선아태위원회 부실장과 북 정찰총국 출신인 이호남 대남공작원 등 북한 인사들에게 도지사 방북을 요청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명시됐다.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은 김 전 회장은 북한 인사들로부터 “방북 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됐고, 이후 이 전 부지사와 논의해 300만달러를 북한에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쌍방울 측은 비상장 회사 자금 및 임직원의 주식 담보대출 등으로 외화를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지사는 이 같은 방법으로 김 전 회장 등 쌍방울 측과 공모해 2019~2020년 중국 선양 및 필리핀 마닐라 등지에서 김성혜 부실장 등 북한 인사에게 총 800만달러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북 송금은 쌍방울 측이 자체적으로 북한과 계약한 뒤 지급한 돈”이라며 “이 전 부지사는 아는 내용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대북 경제협력사업 지원을 대가로 쌍방울로부터 억대의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