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일본 멍게는 사도 우리 쌀은 못 산다?”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전후 맥락에 대한 일절 언급 없이 달랑 이 한 문장의 글만 올렸는데, ‘일본 멍게’는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일한의원연맹 관계자가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돼 보인다. ‘우리 쌀’은 한덕수 총리가 양곡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한 것을 지칭한 듯하다.
우리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그 주변 8개 현에서 잡히는 모든 어종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일본 언론 보도 이후 “멍게라는 단어가 나온 바 없다”고 부인한 데 이어, 어제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들어올 리 없다”며 현 금수 조치가 유지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우리 쌀은 못 산다?’라는 표현을 보면, 정부가 양곡 수매를 일절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쌀 과잉 생산분을 재량으로 매입(시장격리)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쌀 의무매입을 법제화한 양곡법 개정안은 나랏돈을 낭비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취지에서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런 저간의 사정을 생략한 채 흡사 현수막처럼 파란 바탕에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쓴 것은 국민의 반일·반정부 감정을 부추기는 얄팍한 선동에 불과하다. 그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제1야당 대표의 품격을 의심하게 하는 원색적 표현을 쏟아낸 게 한둘이 아니다. ‘일본의 호갱’ ‘이완용이 울고 갈 일’ ‘자위대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힐 수도…’ 등 그 수준이 북한 김여정 뺨칠 정도다.
이 대표는 그동안 안면몰수식 4차원 화법을 일삼아 왔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로 재판 중인 그는 불리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이번엔 ‘사람을 안다는 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란 언어유희적 궤변을 들고나왔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