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재단 측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일에 대해 "가슴이 먹먹하고 안쓰럽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 재단 상임이사는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손자의 모습이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마약수사대 조사를 마친 전씨는 이날 새벽 광주에 도착해 "피해자분들과 상처받으신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최대한 풀어드리고 싶다. 저를 포함한 제 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으셨을 것 같고 원한도 많으실 것 같다"며 "이렇게 늦게 오게 되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이사는 "전두환은 사죄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전두환의 죄는 결코 사라지거나 덮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적 범죄자들이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그 후손들이 무거운 죗값을 치르게 된다는 걸 전씨가 적나라하게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씨는 유튜브 등을 통해 할아버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학살자라 규정하고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한 바 있다.
조 이사는 유족들 사이에서 전씨가 방송 중 마약을 투약해 그가 한 말이 얼마나 진정성, 신뢰성이 있느냐를 놓고 상의했다면서 "결론적으로 전씨의 입장, 증언을 청취할 만하고 그 진정성을 광주에서 직접 확인한 뒤 풀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전씨가 (숨겨놓은 비자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증언했다"며 "(오늘 만남에서) 좀 확인해 보고 이를 근거로 해서 법과 제도 등의 방안을 찾도록 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씨가 본인이 처벌을 무릅쓰고 귀국까지 했다"며 "전두환 후손이라는 굴레를 한 청년이 감당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오늘 전씨와 함께 유족과 피해 당사자 단체 대표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5·18 묘지 참배에 동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