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을 위해 외국인 투자가 절실한 중국의 리창 총리가 30일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개혁·개방을 재차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 총리는 30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든 우리는 시종일관 개혁·개방과 혁신 드라이브에 전념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발전의 동력을 주입해 세계 각국과 함께 중국의 발전 기회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3월 경제 상황이 1∼2월보다 좋아졌고 소비와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취업과 물가도 안정적"이라면서 중국 경제가 반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수 진작과 공급측 개혁을 통해 중국 시장을 더 확대할 것"이라며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금융 분야의 안정을 보장하면서 부채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중국 지도부는 최근 외국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3대 축으로 불리는 부동산, 수출, 인프라 투자는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부동산 침체는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으며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누적된 재정 적자로 인해 인프라 투자 여력도 바닥났다.
리 총리는 지난 13일 총리 취임 직후 내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개혁·개방을 흔들림 없이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개혁개방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6일 발전포럼 축사에서 "규칙, 규제, 관리, 표준 등 제도적 개방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각국과 개방의 기회를 공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외국 기업들을 당황하게 하는 중국 특유의 '로컬 룰'을 철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개막식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파트리크 아치 코트디부아르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크리스탈리나 고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축사를 했다. 리셴룽과 산체스 총리는 이후 베이징으로 이동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중국의 문제들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개방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스페인과 유럽은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체스 총리는 "협력을 하려면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하며 국제 질서를 지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치 코트디부아르 총리는 "중국식 발전 모델을 도입해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0%의 성장세를 달성했다"면서 중국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은 거의 없지만 온난화로 인한 고통은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중국이 기후변화과 아프리카의 성장에 더 많이 투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아오=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