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방산 LIG넥스원, 한국산 미사일 수출길 연다 [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3-03-30 11:05
수정 2023-09-06 15:48
▶안재광 기자
K팝, K배터리, K뷰티, K푸드. 요즘 잘 나가는 산업에는 어김없이 K자가 붙는데요. 국뽕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K를 남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산업은 진짜 K 붙여줘도 될 것 같습니다. 바로 K방산이에요.
무기는 미국, 러시아처럼 군사 강국이나 수출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도 어느덧 무기 팔아 돈 버는 나라가 됐습니다.

작년 수출액이 173억달러, 22조원쯤 했는데. 이게 2021년과 비교하면 140%나 증가한 것이죠.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에 수출을 많이 해서 그렇습니다. 한국은 북한과 대립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많이 만들어야 했는데. 이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방산 기업들이 달러까지 벌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건 좋은 것 같아요.

K방산 대표 기업이라고 하면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투기 KA-50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K2 전차로 수출 대박을 터트린 현대로템, 그리고 LIG넥스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LIG넥스원은 정밀타격 무기, 쉽게 말해 미사일을 주로 만드는데 이게 꽤 관심을 받고 있어요. 현대전은 미사일 싸움이라고도 하죠. 이번 주제는 '진격의 K방산' LIG넥스원입니다.

LIG넥스원은 LIG그룹의 주력 계열사에요. 사실 주력 계열사라고 할 것도 없어요. LIG의 사실상 전부죠.
원래 LIG는 국내 굴지의 금융 그룹이었습니다. LG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첫째 동생 구철회 회장이 1999년 LG화재보험을 들고나와서 세운 게 LIG그룹이에요. LIG의 I가 인슈어런스, 보험이란 의미입니다.

LIG그룹은 계열분리 뒤에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는데요. 금융 분야에선 증권사, 투자자문사를 세웠고. 건설업에 진출해 건영, 한보건설 등을 인수했어요. 또 LCD 모니터 제조 사업도 했고요. 방위산업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진 않았어요.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건설업이 망가진 게 그룹 해체의 발단이 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부문에서 대규모 부실이 생기면서 LIG건설이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법정관리 직전에 회사 부실을 숨기고 기업어음, CP를 2000억원어치나 발행해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아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이 CP는 사실상 휴지가 됐거든요. 투자자들에게 '빅엿'을 먹인 거죠. 듣보잡도 아닌 LG 방계의 대기업이. 이게 사기 행각이란 피해자들과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입니다. 이 탓에 당시 총수였던 구자원 회장, 그리고 그의 두 아들인 구본상 현 회장과 구본엽 사장이 함께 구속까지 됩니다. 또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룹의 모태인 손해보험까지 팔았어요.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거죠. 이때 팔린 보험사가 지금의 KB손해보험입니다.

졸지에 소년가장이 된 LIG넥스원은 그룹 내에서 사실 대단한 계열사는 아니었어요. 1970년대에 세워졌는데 미국이 쓰던 구식 미사일, 나이키 미사일 정비하는 것으로 시작했죠. 미사일 나사 잘 조여졌나, 기름은 잘 발라졌나. 어디 새는 데 없나. 이런 기본적인 일부터 합니다. 미사일 정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사일 기술이 쌓였겠죠. 이 기술을 바탕으로 1990년대 독자적으로 미사일을 만드는 데 이릅니다.

지금도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사일에서 나오고 있어요. 또 전투가 벌어졌을 때 지휘부가 판단할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휘통제 시스템, 적군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는 감시정찰, 그리고 드론 등 미래 전투 장비 등도 사업으로 하고 있어요.

방산 기업이 LIG넥스원 말고도 많은데. 정말 순수하게 방산만 하는 곳은 LIG넥스원 이외에 잘 없어요. 현대로템은 기차 사업이 크게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위성 같은 사업들이 있고요. 근데 LIG넥스원은 진짜 방산만 해요.

이 회사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에 납품만 했어요. 사실 한국의 방산 기업 대부분이 그랬죠. 내수 비중이 절대적으로 컸습니다. 수출 조금 해도 10% 안팎.

그런데 작년에 '사건'이 발생하죠. 아랍에미리트(UAE)가 LIG넥스원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4조원어치나 사겠다고 한 겁니다. 정확히는 36억달러 계약했는데, 미사일 뿐 아니라 레이더와 발사대까지 포함한 거라. 미사일만 보면 22억달러, 2조6000억원가량 합니다.

아랍에미리트가 사기로 한 미사일이 천궁2인데요. 이 미사일은 기존 천궁1의 성능을 개량해서 날아오는 비행기뿐 아니라 미사일까지 좇아가서 맞출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한국에서도 실전 배치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이걸 바로 사 간 거죠.

사실 아랍에미리트는 날아오는 미사일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요. 특히 이란 정부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예멘 반군 후티가 미사일을 수시로 쏩니다. 이걸 천궁2로 방어하겠다는 게 아랍에미리트 구상 같아요.

사실 후티의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사우디도 천궁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집니다. 사우디의 원유 저장고를 무인기와 로켓으로 공격한 것도 후티 반군이었어요. 이 공습 탓에 유가가 폭등하기도 했는데.

아랍에미리트가 천궁 써보고 좋으면 사우디에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요즘은 사이가 좀 안 좋긴 하지만, 원래 전통의 우방이라. 충분히 가능한 얘깁니다.

미사일 뿐 아니라 통신 장비도 요즘 수출을 많이 하는데요.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LIG넥스원이 꽤 하거든요.
작년 말에 인도네시아 경찰이 4000억원어치나 통신 장비를 사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런 대규모 수출 계약은 보안 사안이라 언제, 어떻게 납품이 되는지 알 수 없어요. 특히 공격 무기의 경우 정말 잘 안 알려요. 이게 알려지면 주변국에서 난리를 치거든요. 그래서 각각의 계약사항 말고 총액, 그러니까 잔고나 매출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주를 한번 볼까요. 작년 말 기준 LIG넥스원의 수주 잔고는 약 12조3000억원. 전년 대비 48%나 증가했어요.

작년 한 해만 6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아랍에미리트에 천궁을 수출한 영향이 컸어요.
작년 연간 매출에서 수출액은 4060억원인데. 작년에 수출하기로 계약한 게 알려진 것만 3조원은 되니까.
매출로 소화가 안 된 것이죠. 올해부터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이 될 것 같습니다.

수주가 이렇게 계속 늘고 있으니 자연히 실적은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조2000억원으로 처음 2조를 넘겼고, 영업이익도 1791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는 작년만큼 급격히 수주가 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작년과 비슷한 6조원은 되지 않을까 하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어요. 이 말은 중동, 유럽, 아시아 등에서 상당히 진척된 계약이 있다는 의미죠. 천궁의 경우 중동 국가뿐 아니라 말레이시아가 관심이 많다는데요. 여긴 한국형 공격기 FA-50을 들인 적이 있어서 한국 미사일을 사는 것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천궁과 경쟁하는 게 나삼스란 미사일 인데요.

워낙 많이 팔린 미사일이라 천궁보다 신뢰성이 더 크지만 당장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에요. 주문이 밀려 있어서 2~3년은 걸린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아도 당장 물건을 못 받으면 사는 입장에서 주저되잖아요. 작년에 국내에서 수입차가 엄청 많이 팔렸는데 현대차, 기아 주문하면 기본 1년 기다려야 해서 많이 팔린 것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미사일은 주문하면 우선 빠르게 만들어서 주고, 현지 사정에 맞게 튜닝까지 잘 해줘서 유리한 부분도 있어요.

천궁 말고 또 주목되는 게 '현궁'이데요. 현궁은 전차 잡는 미사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군인들이 들고 다니거나, 차에 싣고 다니면서 쏠 수 있어서 기동성이 좋죠.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반격하는데 전차 잡는 미사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하죠.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주로 쓴 게 FGM-148 재블린 미사일 인데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재블린을 지원하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재블린 재고가 부족합니다. 미국은 7~8년 치 생산량에 해당하는 8000발을 지원했다고 하죠. 현궁 수출, 가능성 있어 보이죠.현궁은 가격도 싸요. 한 발에 1억원쯤 합니다. 재블린이 3억원인데. 반값도 안 하네요.
다만 현궁의 사거리는 짧아요. 2.5km 수준으로 재블린 사거리의 절반에 불과한데요. 그래서 가격도 싼 건 아니고. 이건 처음 개발할 때 한반도 지형에 맞춘 것이라 그렇죠. LIG넥스원은 수출을 위해 사거리를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보병이 들고 다니면서 전투기를 향해 쏠 수 있는 '신궁'도 수출을 기대하고 있어요.

얘는 전투기가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서 쏘는 플레어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해요. 도망가는 걸 잘 잡는다는 얘깁니다. 신궁과 비슷한 FIM-92 스팅어가 현재 우크라이나 군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러시아 전투기를 꽤 많이 잡았다고 하죠.

물론 좋은 것만 있진 않아요. 우선 작년에 역대급 수주를 해서 올해 개발비 부담이 있습니다. 무기를 수주하면 바로 만들어서 주는 건 아니죠. 개발해야죠. 근데 이 개발비가 엄청나요. 때론 물건 팔아 적자도 봐요.

작년 4분기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것도 이 개발 충당금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요.

특히 올해는 한국형 아이언돔이라고 하죠.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이 있으면 이걸 탐지해서 맞추는 'LAMD' 레이더, 그리고 전투기에 탑재해서 상대편의 표적을 정밀 공격하는 한국형 타우러스 개발이 본격화됩니다.

또 얼마 전 북한의 드론이 서울까지 넘어와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한국군이 새롭게 설립할 드론 작전사령부에 필요한 통합 운용 시스템도 본격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이런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사람 뽑고 인건비를 많이 써서 당장은 이익은 줄 여지가 있어요.

근데, 이런 건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좋은 거죠. 일감이 많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투자비를 많이 쓸수록 앞으로 회사의 발전 가능성은 큰 겁니다. 이거보다 더 큰 리스크가 사업이 지연되는 것이에요. 수출이 많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내수가 훨씬 큰데요. 종종 군의 대규모 사업이 지연되고는 합니다.

육군의 통신장비 교체사업이 대표적이었죠. PRC-999K란 구닥다리 무전기를 교체하려고 육군이 2000년대 중반부터 사업을 했는데요. 그래서 나온 게 TMMR 입니다.

근데 이게 도입이 계속 지연됐어요. 사업 타당성이 없다, 제품에서 노이즈가 심하다 등등 여러 지적사항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이 사업에 LIG넥스원이 단독으로 응찰했는데, 이것도 말이 많이 나왔어요. 어찌어찌해서 작년 말에 800억원 규모의 수주를 하긴 했지만, 원래 사업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었습니다.

추가 계약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사업이 중간에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들이 꽤 있어요. 이건 방산 기업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리스크죠.

방산은 세계 각국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성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10%나 늘었고, 인도는 13%, 프랑스는 7%, 독일은 17%, 일본은 26%나 증가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오히려 세계에서 제일 센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맞짱 뜰 기셉니다.
대만을 놓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이 됩니다. 설마 싸우진 않겠지만, 한동안 전투기 날리고 바다에 미사일 쏘는 일은 계속되겠죠. 여기에 북한도 우리 머리 위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날리고 있습니다. 이거 일일이 다 탐지하고, 추적하고, 때에 따라 요격까지 하려면 방산 수요가 엄청날 겁니다. 이런 긴장 고조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신세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죠. 한국 국력이 향상하고 외화벌이까지 하는 반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뜨 그런 의미에서 LIG넥스원의 추가 수출도 기원합니다.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이지현 PD
촬영 예수아·박지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