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칭송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0일 "앞으로 (전광훈의) '전' 자도 꺼내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 통일한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이번 최고위원 당선에 전 목사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우리 당에 전 목사가 입당시킨 당원 숫자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이 있었는데, 오는 5월 당 지도부와 광주를 찾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당장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광주를 직접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도 "아직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리위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일 파장이 컸는데 한 줄 사과로 끝내는 게 적절하냐', '지도부 민생 행보가 묻히고 있다' 등 여러 질문에 "하여튼 모두 다 제 잘못이고, 앞으로 더 자중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전 목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최근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치고 당에도 큰 부담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자중하겠다"고 논란 이후 처음 육성으로 사과했다.
최근 김 최고위원은 당이 수도권, 청년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우클릭' 행보로 당 안팎의 비판을 자초해왔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간 김 최고위원의 발언 취지가 국민 정서에 적합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는 데 공감한다"며 "앞으로 그런 언행이 더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며 차후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어떤 고민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방미 중이었던 지난 25일(현지시간) 보수단체 북미자유수호연합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우파 진영에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잘 없었는데,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고 전 목사를 한껏 치켜세웠다.
또 지난 12일 전 목사의 주일예배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이틀 만에 사과하는 등 진땀을 빼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김 최고위원에게 고강도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 겸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김 최고위원을 "제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시장은 지난 2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 경고 해본들 무슨 소용 있나"라며 "한 두 번하는 실언도 아니고,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이튿날도 글을 올려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서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그런 식의 당 운영은 더더욱 어려움만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에 해악이나 끼치는 천방지축 행동을 방치하면 당의 기강은 무너지고 당 지지율은 더욱더 폭락하게 된다"면서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 번 지켜보자"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 설화와 관련 "언어를 전략적으로 구사하는데 감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정책 전략은 탁월한데,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되는 워딩(말)을 반복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