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농업 파탄"…대통령 거부권 쓴다

입력 2023-03-29 18:03
수정 2023-04-06 16:03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윤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쌀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자 한다”며 “문제가 많은 법률안에 대한 행정부의 재의 요구는 헌법이 보장한 절차”라고 말했다.

또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개정안은 우리 농업을 파탄으로 몰 것”이라며 “당정 협의를 통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의무 매입도록 하는 내용이다.

한 총리는 이에 대해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잉생산과 쌀값 불안이 반복되고 있는 쌀산업을 더욱 위기로 몰아 농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남는 쌀 매입에 연간 1조원가량을 투입하면 미래 농업에 투자할 재원이 사라진다고 했다. 300개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청년 벤처농업인 3000명을 육성할 수 있는 예산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생산이 쌀에 집중돼 밀과 콩의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 식량안보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재의 요구는) 국익과 농민을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국회와 농업계, 국민들이 이해해주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규/김동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