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지배구조 개선위원회' 만든다

입력 2023-03-29 17:50
수정 2023-03-30 02:39
▶마켓인사이트 3월 29일 오후 3시29분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 내부에 위원회를 구성해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점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KT, 포스코홀딩스, KT&G, 대형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 기업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 ‘건강한 지배구조 개선위원회’(가칭)를 설치하기 위해 국민연금기금 운용 규정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고했다. 국민연금은 다음달 3일까지 국민 의견을 들은 뒤 국민연금공단이사회,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거쳐 규정 및 시행규칙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위원을 임명해 연내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을 보면 개선위원회는 소유분산 기업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의결권 행사 기준의 적정성,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 상황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 대해 개선 의견을 제시한다. 이를 고려해 개선위원회는 △지배구조 개선 △의결권 행사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 행사 등 3개 분과를 둔다.

개선위원회가 의견을 제시하는 곳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의 수탁자책임실이다. 그동안 수탁자책임실은 산하에 운용역 7명으로 구성된 주주권행사팀을 두고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 등을 결정해 왔다. 이런 소규모 팀이 사실상 모든 상장사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다 보니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측면이 있어 개선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수탁자책임활동에 대한 상반된 논란이 지속돼 왔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등의 개선 방향을 실무적 관점에서 자문하기 위해 개선위원회를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개선위원회는 지배구조 개선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지배구조가 합리적인지 등을 따져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출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위원 인선을 맡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잘못 운영되면 자칫 소유분산 기업 인사 등이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방향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