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것으로 알려진 개코원숭이가 2주 만에 포획됐으나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이에 시민들 사이 슬픔을 넘어 분노의 물결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따르면 이달 10일 대만 타오위안시에서 처음 포착된 올리브 개코원숭이가 2주일여 지난 27일 마취총에 맞고 지역 당국에 붙잡혔다.
그러나 이 원숭이는 얼마 못 가 죽고 말았다. 포획 작업을 주도한 타오위안시 농업국은 원숭이의 몸 여러 군데에서 총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현지 경찰은 원숭이가 죽게 된 경위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원숭이는 포획 당일 농업국 직원들이 놓은 그물망에 걸려들었을 당시 이미 심각하게 다친 상황이었다. 수색에 참여한 한 사냥꾼은 당국 지시하에 원숭이를 향해 엽총을 쏜 적이 있다고 현지 매체에 증언하기도 했다. 다만 원숭이 포획 당시 직원들이 총을 들고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당국의 허술하고 불투명한 대응이 원숭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농업국 관계자가 다친 원숭이의 사진을 찍으며 "딸이 반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가 개코원숭이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에 부채질을 한 것도 여론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개코원숭이는 탈출 기간 사람들을 향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적도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개코원숭이의 비극적인 운명은 지난 23일 한국의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겪은 포획 과정과도 사뭇 비교된다. 이 얼룩말은 역시 마취 장비에 의해 포획됐으나 도심을 활보한 지 3시간여만이었고, 현재 동물원에서 건강한 상태로 안정을 찾고 있다.
사이먼 창 타오위안시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동료 중 일부가 신중하고 전문가답게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며 "농업 당국에 기대되는 동물복지에 대한 존중을 지켜내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대만 동물원 규제의 허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대만은 동물원을 '사회교육 기관'으로 취급, 동물 전문가의 손이 아닌 교육 당국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대만 야권은 원숭이의 죽음을 "행정 실패로 인한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