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철우 경북지사 "대한민국 어디에 살더라도 행복한 지방시대 열어야 한다"

입력 2023-03-29 16:26
수정 2023-03-29 16:27
“대한민국 어디에 살더라도 행복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이제는 지방 소멸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소멸,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위기의식을 갖고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혁신에 나서야 할 시기입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시대를 강조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지방시대’ 아젠다를 강조해왔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과제를 우선순위에 올리도록 하는 등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에 많은 대안을 제시하고 관철하고 있다. 이 지사가 강조하는 지방시대의 철학을 들어봤다.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지방시대’를 천명했다. 이유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한 해 10만 명에 달한다. 지방에 남은 청년은 일자리 교육 문화 등 기회 부족으로 ‘낙오자’라는 편견 속에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청년도 행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높은 집값, 고물가로 극심한 생존 경쟁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불안한 미래는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불행해졌다. 서울 강남의 출산율은 0.43, 서울 전체는 0.63이다. 전국 평균 0.78보다 낮고 지방 소멸 위기인 경북의 0.93보다도 낮다. 존 콜혼의 동물실험에서도 이런 현상은 증명됐다. 가용공간과 사회적 역할이 채워졌을 때 개인이 경험하는 경쟁과 스트레스가 커지고 사회적 행동의 붕괴를 초래해 궁극적으로는 개체군의 종말을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한국의 행복지수는 53위,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수도권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교육혁명을 주장해 고등교육 권한 일부가 교육부로부터 지자체로 넘어왔다. 교육혁신의 주된 내용은.

“대통령이 두바이 출장에서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했는데 나는 대한민국 인재 양성 책임자 1호로는 각오로 뛰고 있다. 지방을 살리는 길은 첫째도 인재, 둘째도 인재다. 대학과 시·군이 협력해 특성화과를 신설해 1시·군 1대학 지역전략산업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현재 7개 시·군이 도입하기로 했고 22개 시·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전략기업 취업자에게는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기업에는 대기업 연봉 차액만큼 연구개발(R&D) 등 기업 성장 지원금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이렇게 해야 지방에 기업이 오고 지방의 제조가 다시 살아나 무역수지 역조도 개선할 수 있다. 실업계고는 지역의 전략산업분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 교육을 대학교수로부터 받고 3학년 때는 실습시켜 인턴 없이 바로 기업 현장에 취업해 대졸자만큼 임금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병역특례를 지원하고 제대 후 기업에 복귀하면 상여금도 지급해 지방을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 고등학교만 나와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영국 스코틀랜드는 20%만 대학에 간다. 대학 출신이 아니라고 차별하거나 무시받지 않는다. 취미가 직업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억지로 대학 가고 남 따라 서울 가서는 안 된다. 영국의 한인들에게 들으니 영국과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산다고 한다. 경북이 그런 모델을 먼저 만들기로 했다.”

▷주거 결혼 출산 보육 돌봄 등 나머지 지원 체계는.

“전략기업에 취업한 청년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LH 임대아파트, 주택 임차료 등 주거 안정 지원금을 10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 전략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이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아 주거가 안정돼 결혼하는 경우에는 결혼장려금 5000만원을 10년간 융자 지원해 줄 예정이다. 출산 보육 돌봄도 가계 부담이 전혀 없도록 만들겠다.”


▷디지털 한류 르네상스와 제조업 리노베이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미국에서의 중국 입지가 약화했다. 새로운 공급망 질서는 한국에는 위기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메타버스와 초거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조의 리노베이션으로 구미와 포항 등 경북이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자리를 다시 찾도록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어로보틱스 등 글로벌 스타트업 간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대한민국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제 한(恨)의 문화와 이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면 경쟁이 완화되고 한의 문화도 약화할 것이다. 바로 그때가 국민 행복 시대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이 건설되는 시대다. 그동안 우리는 못 먹은 한(恨), 못 배운 한(恨), 집 없는 한(恨)에 너무 옥죄어 살았다. 과도하게 쌀농사를 유지하고 필요 없는 대학에 가고, 지나치게 집(부동산)에 몰두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도 일종의 한풀이의 결과다. 조급증과 한풀이 DNA는 교육의 비정상화, 지방 소멸의 한 원인이었다. 이걸 걷어내야 억지로 하는 일이 없어지고 창의가 살아나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 윤석열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지방시대는 바로 이런 한의 문화에 기반한 대한민국을 구조적으로 바꾸는 개혁이다. 5000년 중앙집권의 방식에 익숙해져 일부 지자체는 자율권을 줘도 두려워할 정도다.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 수도권 병을 고쳐야 한다.”

▷안동소주 생산업체들과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를 찾았다. 이유와 성과는.

“스코틀랜드는 증류주 제조 방법이 전해진 것이 우리보다 200년 가까이 늦은 1494년이다. 안동소주가 200년 이상 앞섰지만, 스카치위스키는 지난해 10조원대 수출산업으로 키웠다. 농식품의 수출 산업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대구경북신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도 농식품 수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미국 영국 등 한인들이 운영하는 H마트, 코리아푸드를 통해 경북 농식품의 수출길을 확보하고 있다. 한류는 드라마보다 K식품 시장이 더 크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