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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은행 위기가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은 2023년 1분기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본격 시작되는 어닝시즌을 앞두고 ‘어닝서프라이즈’ 후보 종목 선별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어닝시즌에선 대형 은행주와 전기차(EV) 관련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대형 은행주 반등하나미국 기업들은 다음달 10일부터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달 14일 JP모간과 씨티그룹에 이어 18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실적이 공개된다. 지난 10일 SVB 파산 사태로 인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분석된다. 소형 은행은 망해도 대형 은행은 안전할 거란 기대감이 퍼져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BoA에는 SVB가 파산한 뒤 1주일 안에 150억달러 규모의 신규 예금이 유입됐다. JP모간, 씨티그룹에도 최소 수십억달러가 흘러든 것으로 알려졌다.
EV 업체도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1020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66% 늘어난 170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EV 업체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수령에 가장 유리한 입장이어서다. 테슬라를 비롯해 루시드, 리비안, 니콜라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다음달 20일 테슬라를 시작으로 니콜라(5월 4일), 루시드(5월 4일), 리비안(5월 11일) 등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1분기 실적 악화 임박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재무책임자(CIO)는 27일 은행 위기가 기업 실적 전망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슨 CIO는 월가의 대표적인 약세론자로 평가받는다. 윌슨 CIO는 투자자 서한에서 “현재 실적 전망치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며 “주식시장은 앞으로 더 하향된 실적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슨 CIO는 낙관론을 경계했다. 기업 이익이 축소돼 주식시장이 위축되는 ‘어닝 리세션(실적 침체)’이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침체가 없어도 실적은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 탓에 불어난 고정 비용을 감당할 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음달 1분기 실적이 공개되면 주식 매도세가 거세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증시는 다음 분기 동안 15~20%가량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