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은닉한 재산으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전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8일 오전 6시께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전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전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여부와 방송에서 자신과 지인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발언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전씨의 모발과 소변을 채취해 마약류 검사를 진행했다.
전씨는 앞서 27일 0시5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JFK)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해 이날 오전 5시54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입국 직후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조사받고 나온 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체포 직전 전씨는 검은 정장을 입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게이트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사죄할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리고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내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며 “미국 병원에 내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니 확인해보시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전씨는 “내가 공개적으로 마약을 하고도 증거가 불충분한데 우리 집안이나 사회적으로 돈이 많은 분들이 자본력을 사용하면 직접적으로 처벌받긴 어렵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전씨는 SNS를 통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본인이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 17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마약류를 투약하는 모습을 보인 뒤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갔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도주 우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경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전씨는 경찰 조사 직후 곧바로 광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