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아름다우니까요.” 김언호 한길사 대표(78)는 ‘47년 출판 외길’을 걸어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는 28일 서울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지혜의 숲으로>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책은 인류의 위대한 문화·정신적 유산을 담아내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책을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정성은 대단하다"며 “책은 인간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여기에 경이로운 미학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김 대표는 1976년 한길사를 창립했다. 47년째 출판계에 몸담으며 한국출판인회의와 동아시아출판인회의 회장 등을 지낸 출판계 원로다. 1987년 그의 첫 책 <출판운동의 상황과 논리>를 시작으로 출판업과 관련한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책은 그의 아홉번째 저서이자 첫 사진집이다.
그의 책 사진집 <지혜의 숲으로>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책 사진 160여점을 모았다. 1987년 네팔 히말라야 답사 당시 만난 책 읽는 아이들부터 올해 방문한 일본 이시카와 현립 도서관까지. 36년 동안 아홉 국가의 헌책방, 도서관, 서재, 북 카페 등을 찾아 책이 운집한 모습을 담았다.
그가 책 사진을 찍게 된 이유는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늘리기 위해서다. 그는 “책으로 이뤄진 거대한 공간을 보면 실제로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아날로그 책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독자들의 ‘책을 좋아하는 본능’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네 번의 사진전을 연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 사진집에는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에 이르기까지 기기를 가리지 않고 책의 모습을 담았다. 꾸밈이나 기교는 최소화했다. 그는 “정제된 예술 사진이 아니라 실존하는 책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싶었다”고 했다.
책의 아름다움을 믿는 김 대표는 ‘종이책의 위기’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아날로그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종이책에 대한 그의 기대는 여전하다. “책은 아직까지도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존재로, 사람들 가슴에 품고 싶은 존재로 남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목의 ‘지혜의 숲’은 책을 ‘송뢰’에 빗댄 표현이다. 송뢰는 소나무 숲 사이를 스쳐 지나는 바람을 뜻한다. 김 대표는 이번 책에 대해 “책들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보면 은은한 바람 같은 지혜의 합창을 들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