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의원들이 한 시민단체가 임의로 만든 유령회사의 고문이 되기 위해 취업 면접을 본 사실이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레드 바이 동키스'가 만든 가짜 한국 회사 '한성 컨설팅'에 취직하기 위해 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5명이 온라인으로 면접을 봤다고 보도했다.
레드 바이 동키스는 관련 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했고, 공개된 영상에는 매슈 행콕 의원(전 보건장관), 쿼지 콰텡 의원(전 재무부 장관), 그레이엄 브래디 의원(보수당 선거를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 위원장)이 가짜 면접관과 임금협상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행콕 의원은 보통 일급을 얼마나 받느냐는 가짜 면접관의 질문에 "1만파운드(약 1600만원)"라고 말했고, 이후 시급으로는 1500파운드(약 240만원) 정도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콰텡 의원은 같은 질문에 "하원 의원으로서 아주 큰 돈을 벌 필요는 없다"면서도 "한 달에 1만파운드 이하를 버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래디 의원은 연간 6만파운드(약 9500만원)를 요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시민단체는 의원들이 취업 제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에 본사가 있는 한성 컨설팅이라는 회사가 있는 것처럼 꾸미고 웹사이트도 열어 보수당 16명, 노동당 2명, 자유민주당 1명, 무소속 1명 등 의원 20명에게 접근했다.
시민단체는 "의원들에게 이 회사가 영국과 유럽으로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고문 자격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에 행콕과 콰텡, 브래디 의원을 포함해 스티븐 해먼드 의원(전 보건장관), 개빈 윌리엄스 의원(전 교육장관) 등 보수당 의원 5명이 연락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의원들은 해명에 나섰다.
행콕 의원의 대변인은 "행콕 의원은 완전히 적절하게, 규칙 안에서 행동했다"면서 "사적인 대화를 불법적으로 공개해 행콕 의원을 끌어들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브래디 의원은 성명을 통해 "다음 선거에서 하원을 떠나기로 결정한 뒤 많은 제안을 받아왔다"고 운을 뗀 뒤 "어떤 협정이든 완전히 투명해야 하며 의회 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의원의 행동 강령을 지키는 선에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노동당은 보수당 의원들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무실에서 제 주머니를 채우려 했다며 비난했다.
루시 파월 노동당 소속 의원은 "유권자들은 우리가 다른 사업적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의회에 헌신하기를 요구한다"면서 "앞으로 하원 의원들의 겸직 금지 규정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의회는 의원들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2021년 오언 패터슨 전 환경부 장관이 기업 2곳의 청탁을 받고 공무원들에게 로비한 사실이 드러난 뒤 의원들의 겸직에 대한 의회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