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양곡법 대응, 당정협의서 논의"…거부권 행사 수순

입력 2023-03-27 18:00
수정 2023-03-28 01:05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정부가 여당과 충분히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안팎에선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양곡관리법 대응은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당시 정부와 국민의힘은 “쌀 생산을 더욱 부추겨 점점 더 많은 재정이 소요되는 포퓰리즘적 법안”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양곡관리법이 거기에 해당해 재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음에도 윤 대통령이 당정 협의를 강조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정책위원회 산하에 정책조정위원회(정조위)를 복원하는 등 정책 기능 강화에 나섰다. 박대출 신임 정책위 의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간 ‘핫라인’도 가동할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이 ‘주 69시간제’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히면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앞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 당과 정부가 민심을 꼼꼼하게 챙길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좌동욱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