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이재명계 일색’이라고 비판받았던 주요 당직자들을 비명계·호남 출신 의원으로 대거 교체하는 당직 개편을 27일 단행했다.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로 불거진 당 내홍을 수습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도모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총선 공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은 유임시키면서 이 대표 퇴진 요구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위원회 의장에 3선인 김민석 의원을,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재선 송갑석 의원을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당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략기획위원장에는 재선 한병도 의원이, 수석대변인에는 재선 권칠승 의원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에는 재선 김성주 의원이 임명됐다. 관심이 집중됐던 조정식 사무총장은 유임됐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큰 틀에서 통합이란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널리 실력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중용했다”며 “이재명 대표도 안정, 통합, 탕평 이 세 단어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신임 당직자들의 면면을 보면 계파색이 옅고 비명계, 친문재인계 인사가 골고루 섞인 것으로 평가된다. 송갑석 의원은 최근 당내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길’ 등을 통해 이 대표 체제에 쓴소리를 내온 대표적 비명계다. 김민석, 김성주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와 가까운 ‘SK계’ 인사로 분류돼 왔다. 한병도, 권칠승 의원은 문재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정책 포럼인 ‘사의재’ 소속이다.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권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다.
이번 당직 개편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강성지지층의 ‘이탈표 색출 사태’ 등으로 불거진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이뤄졌다. 앞서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등은 이 대표에게 전면적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해왔다. 이번 인선으로 이 대표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김병욱·문진석·김남국 의원이 모두 교체됐다. 친명계로 분류됐던 김성환 의원 역시 정책위 의장에서 물러났다.
대변인단도 안호영 수석대변인, 김의겸·임오경 대변인이 물러나고 기존 대변인단 중에는 박성준·한민수 대변인만 유임됐다. 민주당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면면을 보면 계파별로 공략한 측면이 있다”며 “모두가 만족할 순 없겠지만 비명계 입장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적 쇄신 1순위’로 지목되던 사무총장은 친명계 조정식 의원이 유임되면서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명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실무에서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는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해왔다. 비명계 한 재선 의원은 “당 대표가 사퇴하거나 그에 준하는 강도의 쇄신이 필요했다”며 “이 정도 인선으로 방탄 정당에서 벗어나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질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유정/원종환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