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빨리 고객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台)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중국 문화를 매우 좋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아이폰 고치러 매장 왔는데 팀 쿡이 왔다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쿡 CEO는 중국의 빠른 혁신을 추켜세우며 '친중 발언'을 내놨다. 그는 "중국에서 혁신이 빠르게 이뤄져왔고 더 빨라질 것으로 믿는다. 중국과 애플은 지난 30여년간 함께 성장해왔다"며 "이것은 공생 같은 관계이고 양측이 모두 이를 누려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폰15는 언제 출시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미안하지만 말할 수 없다. 감사하다"라고만 답했다.
쿡 CEO는 또 애플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들이는 투자 규모를 기존 1500만위안에서 1억위안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의 발언은 최근 애플이 중국 내 공장을 인도 베트남 등 신흥 거점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인 폭스콘 중국 정저우 공장이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는 포럼 참석에 앞서 현지 핵심 상권에 있는 중국 애플스토어 1호점에 방문해 '아이폰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지난 24일 오후 중국의 외국인 거리 싼리툰의 애플스토어에 깜짝 등장해 현지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애플 매장에서 진행하는 세션에 참석하자 현장에선 수백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고 환호성이 울렸다. 고장난 휴대폰을 수리하러 애플스토어에 방문한 사용자는 쿡을 만난 기념으로 휴대폰 케이스에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공들이는 이유 보니…중국 '아이폰 최다 판매국'
쿡 CEO이 이같은 '구애 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이자 아이폰 최다 판매 국가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다. 현재 중국의 아이폰 사용자는 2억4300만명으로 전 세계 사용자의 33.3%에 달한다. 미국 1억3400만명(18.4%)보다도 높은 비중이다. 최근 스마트폰 수요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판매 압박에 따른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쿡 CEO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 차원으로 연봉의 40%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의 올해 연봉은 4900만달러(약 606억원)로 지난해와 비교해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블룸버그는 "CEO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연봉 삭감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주주들 반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