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와 차량용 방진 부품 분야에서 국내 최대·세계 3위 기업인 DN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1년 만에 매출은 세 배, 영업이익은 다섯 배 급증했다. 두산공작기계 인수 효과에 전 세계적인 항공, 방산, 전기차, 바이오 등 전방 산업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달하는 이 회사는 국가·산업별로 골고루 분산된 매출 구조를 갖춘 만큼, 올해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DN그룹은 자동차 방진 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DN오토모티브와 공작기계 제조업체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를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27일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DN그룹은 지난해 매출 3조3353억원을 올렸다. 전년(9306억원)의 3.6배 수준으로 껑충 뛴 것이다. 영업이익(4457억원)도 전년(896억원)의 5배에 달했다. 지난해 1월 계열사 DN오토모티브가 자신의 덩치보다 두 배 이상 큰 두산공작기계(현 DN솔루션즈)를 인수한 영향이다.
그룹의 ‘왼팔’(DN오토모티브)과 ‘오른팔’(DN솔루션즈)은 불황을 모른 채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는 자동차 엔진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방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방진 부품 수주 규모는 2조1800억원어치로 전년(9300억원)의 2.3배였다. 이 중 70%가량인 1조5000억원은 차세대 전기차용 방진 부품으로 전년 수주 규모(3200억원)의 4.6배를 기록했다.
김원종 DN오토모티브 대표(사진)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들어가는 방진 부품의 종류와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엔진 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 다른 부위의 소음을 상쇄시키지만, 전기차에선 엔진이 사라지면서 소음·진동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DN오토모티브는 미국 양대 완성차업체인 GM과 스텔란티스의 최대 방진 부품 공급업체다. 두 회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과 픽업트럭에는 대부분 이 회사 방진 부품이 장착돼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 리비안, 니오 등으로도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2009년과 2014년 영국과 이탈리아의 방진 부품회사를 연거푸 인수하며 방진 원천기술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했다.
2021년 인수한 DN솔루션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4%, 영업이익은 약 63% 상승했다. DN솔루션즈 경영도 맡는 김 대표는 “방진 부품과 공작기계 사업 간 시너지가 컸다”고 말했다.
DN솔루션즈가 취급하는 제품은 자동차, 정보기술(IT), 반도체, 항공, 방산, 석유화학, 바이오 등으로 다양하다. 이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 내수시장 1위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에 두려움이 없다는 게 오랫동안 이어온 회사 DNA”라며 “10년 내 그룹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6조원대로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