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합병가액을 시가 등으로 정하는 현행 방식 대신 외부평가기관이 산정하도록 하는 안이 유력하게 논의된다.
27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M&A 지원 세미나’에서 “M&A와 관련한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정비하겠다”며 “상장법인 합병, 우회상장 심사제도 등을 개선해 M&A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상장회사 합병제도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장법인은 기준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10~30%를 할인 또는 할증해 합병가액을 산정한다. 비상장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대 1.5로 가중평균해 정한다.
전문가들은 법률로 규정한 경직적 산정 방법이 M&A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전문성·독립성을 갖춘 회계법인 등의 외부평가기관이 합병가액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다만 유연화 범위를 놓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열사 간 합병은 기존 원칙을 유지하되 평가 기준일을 기업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비계열사 간 합병은 제3자의 외부평가를 통해 합병가액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최근 4년간 상장회사 합병공시 434건 가운데 361건(83.2%)이 계열사 간 합병이었다”며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 기존 원칙을 고수한다면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