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정규대회 7위로 끝낸 세계 1506위 '부동산 중개업자'

입력 2023-03-27 17:49
수정 2023-03-28 00:22
골프업계에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은 이른바 ‘B급 대회’로 여겨진다. ‘톱 랭커’들은 같은 기간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 몰리기 때문이다. 상금만 봐도 그 격차가 느껴진다.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의 총상금이 380만달러고, WGC 대회(총상금 2000만달러)는 우승 상금이 이와 비슷한 350만달러다.

물론 ‘만만한 대회’는 아니다. 코랄레스 푼타카나 챔피언십 역시 엄연한 PGA투어 정규 대회이기 때문에 우승자에게는 페덱스컵 포인트(300점)와 출전권(2025시즌까지), 메이저대회 출전권(PGA챔피언십) 등의 특전이 걸려 있다. 그래서 재기를 노리는 ‘왕년의 스타’들과 ‘잠룡’ 등 120명이 한 데 섞여 신분 상승 기회를 엿본다.

이런 무대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로 제2의 인생을 사는 리키 반스(42·미국·사진)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반스는 27일(한국시간) 도미니카공화국 푼타카나의 코랄레스GC(파72·767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합계 14언더파 274타 단독 7위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506위에 불과한 반스는 이 대회 성적을 발판 삼아 다음주 열리는 발스파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반스는 PGA투어 골수팬이라면 이름 정도는 아는 선수다. 2002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2018년까지 PGA투어에서 뛰었다. 그러나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으며 시드를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몰렸다. 당장 가족을 위해 급히 부동산업에 뛰어들었다. 반스는 “세 자녀를 키우면서 1년에 6개 대회에 나서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발레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 당장 4월 초 열리는 ‘꿈의 무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도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반스는 “‘풀타임 선수’로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내 골프 실력은 녹슬었고 연습도 예전만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경기에 나선다면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해 경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