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교수창업 회사가 설립 약 3년 만에 상용 전기차 양산에 나선다. 전기차 스타트업 퓨처이브이는 독자적인 전기차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 경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2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경수 퓨처이브이 대표는 "농기계 회사 대동과 함께 연 2만5000대 규모의 전기차 양산 라인을 구축 중"이라며 "전기 경형 상용차를 내년 9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퓨처이브이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인 김 대표가 2021년 창업한 교원창업 회사다. 설립 이후 전기 상용차 양산을 위한 F100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작년 10월 5호 프로토타입 차량을 완성하고, 현재 안전 규격 시험 등 차량 출시에 필요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0.5t급인 경형차는 유지관리 비용이 저렴해 영업용 차량으로 인기가 높다. GM의 내연기관 차인 라보와 다마스가 대표적 경형차다. 2021년 두 모델이 단종된 뒤로는 신규 모델 출시가 없었다. 대기업 입장에선 연 3~5만 대 시장에 불과한 경형차 시장에 신규 투자할 유인이 적었던 탓이다. 대부분 중소기업 역시 시속 80㎞ 이하로 속도가 제한된 초소형차에 집중하고 있다. 비상제동장치(AEBS) 탑재 등 소형차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요구하는 경형차 대신 규제가 덜한 초소형 시장에 집중하는 추세다.
퓨처이브이는 자체 설계 기술을 통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전기 경형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업체는 차량 관련 특허만 100여 개를 보유할 정도로 기술 역량이 뛰어난 편이다.
우선 김 교수는 2017년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디젤트럭의 하이브리드 개조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하면서 배터리 제어 시스템(BMS) 기술을 확보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효율성과 안정성으로 차량의 유지비를 크게 줄였다는 설명이다.
전기 모터의 구동제어, 회생제동 등에 관여하는 모터제어기(MCU) 기술도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이다. 가성비가 뛰어나지만 제품별로 성능 편차가 있는 중국산 모터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도의 강인제어(불확실성이 큰 시스템을 견고하게 제어하는 것) 알고리즘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또 카오디오, 블루투스, 공조제어 등을 통합한 '통합 클러스터 오디오' 등 혁신적인 전장 시스템으로 편의성도 높였다.
전기차 특성에 맞춘 AEBS, ABS, 에어백 등으로 안정성을 소형차 수준으로 확 끌어올린 것도 장점이다. 국토교통부가 소형화물차의 안전기준 개정안을 올해 1월 시행하기에 앞서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양산 모델에 적용했다. 김 교수는 "올해부터 소형급 이하 화물차의 상향된 안전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만이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퓨처이브이는 지난해 3월 3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약 3분의 1은 국내 1위 농기계 회사 대동이 출자했다. 대동은 핵심 미래사업으로 이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퓨처이브이의 전기차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적극 협업하고 있다. 작년 말 대구에 준공한 스마트 제조공장 'S-팩토리'에 퓨처이브이 전용 양산 라인을 구축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김 교수는 "대동은 농기계의 전동화 및 스마트화를 추진하는 데 퓨처이브이의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퓨처이브이는 70여년간 농기계 분야에서 쌓은 대동의 우수한 제조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퓨처이브이는 내년 하반기 경형차 모델인 F100S를 우선 생산할 방침이다. 이후 소형차 모델인 F100L로 생산 범위를 확대한다. 이 회사는 강판이나 파이프를 용접해 골격을 구성하는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로 차량 섀시를 설계했다. 이 방식은 기존 양산차 업계의 프레스 공정에 비해 생산시설 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다품종 소량 생산에도 적합하다. 그는 "국내 사업이 안정화되면 연간 38만대 규모인 일본 경상용차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LG전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거쳐 한국공학대 조교수 시절인 2005년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옵토멕을 창업했다. 2007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해 기획처장 등을 맡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